윤석열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오물 풍선 살포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정상적인 나라라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비열한 방식”이라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6·25 참전용사 등 국가 유공자들을 ‘영웅’이라 칭하며 최대한의 예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최근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역사의 진보를 거부하고 퇴행의 길을 걸으며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철통 같은 대비 태세를 유지하며 단호하고 압도적으로 도발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굴종이 아니라 힘으로 지키는 것”이라며 “우리의 힘이 더 강해져야만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4일 정부가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한 것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한층 더 강해진 한미 동맹과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토대로 국민의 안전과 자유를 단단히 지키겠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인권 참상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밝은 나라가 됐지만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 됐다”며 “불과 50㎞ 남짓 떨어진 곳에 자유와 인권을 무참히 박탈하고 굶주림 속에 살아가는 동포들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번영의 기초는 호국 영웅들의 헌신이라며 경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보훈 의료 혁신을 통해 국가유공자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고 재활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순직하신 영웅들의 유가족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약 7분간 진행된 윤 대통령 추념사에서는 영웅(10회)과 자유(7회), 북한(4회) 등이 주로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을 초청해 오찬을 대접하면서도 ‘최고 예우’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유공자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이름도, 군번도 없이 고귀한 청춘을 국가에 바친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지금의 자유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찬 테이블에는 ‘대한민국을 지켜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참석자의 성명을 자수로 새긴 리넨 냅킨이 각각 제공됐다. 윤 대통령은 요청하는 이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야권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노선과 대북 정책에 각을 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흔들림 없는 굳건한 평화가 순국 선열의 넋을 기리는 길”이라며 “싸워서 이기는 것은 하책”이라고 밝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친일·종일·숭일·부일하는 모리배·매국노들이 호의호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현충”이라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을 향해 해병대 채 상병의 죽음과 관련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현충일의 정신을 기억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조 대표가 추념식 후 기자들을 만나 이 같은 취지로 말하자 이를 듣던 이 대표는 박수를 쳤다. 윤 대통령이 추념식에서 악수를 건네자 조 대표는 “민심을 받들라”고 말했지만 윤 대통령은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