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소청 전락 막으려면

정유민 사회부 기자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간단한 것도 경찰로 돌려보냅니다. 사건 처리에는 당연히 하세월입니다.”


20여 년간 조직에 몸담았던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의 뼈아픈 지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일상이 된 ‘수사 지연’의 원인으로부터 검찰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당초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이 되자 법무부는 지난해 검찰의 수사권을 일부 되돌리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귀)’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미 대폭 축소된 수사권에 길들여져 책임을 방기하는 검사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법조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로 처리에 6개월 이상 걸리는 사건(피의자 기준)은 3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 검찰과 경찰 사이를 오가며 사건이 장기간 표류하는 동안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대 야당에서는 ‘검수완박 시즌2’를 내걸며 또다시 검찰을 직격하고 나섰다. 이들의 행보는 이재명·조국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와 검찰을 향한 보복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정치권의 구호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3년 전 ‘검수완박 시즌1’ 국면에서 많은 국민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 배경에 검찰에 대한 낮은 신뢰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들의 눈이 검찰로 쏠려 있는 요즘이다. 수사가 지연되는 것은 민생 범죄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수개월, 수년째 묵히던 ‘김건희 여사 의혹’ 사건에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늑장 대응에 나섰다. 대규모 인사에서 수사의 연속성을 이유로 담당 부장검사는 자리를 지켰다. 납득할 만한 수사 과정과 결과가 없다면 “사법 체계가 정쟁 트로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검찰 수장의 말은 공허한 외침이 될 뿐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신뢰는 또다시 바닥을 칠 것이다.


3년 전 사전 준비 없는 섣부른 검찰 조직 개편이 낳은 병폐를 국민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 검찰의 ‘기소청 전락’을 막으려면 정치 사건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는 물론 민생 범죄에 대한 수사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검찰에 대한 신뢰 회복이 진정한 검찰 개혁의 첫걸음이자 사법 질서 수호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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