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상장제도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났습니다. 바이오벤처들이 본업인 연구개발(R&D)보다 부업에 집중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경주(사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술특례 상장제도의 개선을 근본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성장성·기술력은 있지만 당장 이익을 못 내는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문턱을 낮춘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다. 특히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들이 대거 몰리면서 2005년 제도 도입 이래 111곳이 기술특례 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현재 시장에서 성과를 인정 받는 알테오젠(196170)·루닛(328130)·리가켐바이오(141080)·에이비엘바이오(298380)·보로노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신약 개발은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걸리는 특성상 단기간에 재무 성과를 내기 어렵다. 수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매출을 올려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건기식·화장품 등 부대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다.
현행 규정상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5년의 유예기간 이후에도 연 매출 30억 원을 달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자기자본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손실(법차손)이 3년간 2회 지속된 상장사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유예기간은 3년이다.
한 연구원은 “바이오벤처는 제도 취지대로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하는데 당장 상장폐지를 막으려고 건기식·화장품·펫케어 등 단기간 매출을 낼 수 있는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R&D가 비용으로 잡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산업발전포럼에서 바이오헬스 특례상장 기업의 경우 상장 이후 10년까지의 매출액 30억 원 미만 비율이 21.8%였고 법차손이 자기자본 대비 50%를 초과한 비율은 17.2%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손봐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적으로는 법차손에서 R&D 비용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2018년 ‘제약바이오기업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지침’ 도입 이후 기존에 무형자산으로 처리되던 연구개발비가 비용처리 됐다”며 “임상을 열심히 하는 기업일수록 손실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보물질 단계와 임상 2상 단계 기술 수출에는 확연한 가치 차이가 있다”며 “바이오기업들이 R&D 비용을 더 많이 투자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상장유지 요건을 재무중심에서 시장평가로 전환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매출 등 재무적 성과 중심인 현행 상장유지 요건을 주가, 거래량, 시총, 유통 주식수 기준으로 바꿔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하게 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의 경우 특례상장의 기준은 기술의 유망성, 유지조건은 재무성과”라며 “앞뒤가 안맞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나스닥의 경우 상장요건과 상장유지요건 모두 시총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공시 강화도 강조했다. 상장사는 신규 상장일로부터 2년간 연 1회 이상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해야 한다. 그는 “현재 IR은 정보가 꾸준히 업데이트되지 않아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임상 중단인지 보류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며 “한국거래소가 IR 강화를 위해 만든 가이드라인도 의무사항이 아니라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IR 발표 워딩 스크립트까지 다 공개하고 있다”며 "일회성 IR이 아닌 지속적으로 정보를 업데이트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그가 모범 사례로 꼽은 곳은 올해만 벌써 IR을 2번 열었고 지난해에도 6회 개최했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과제 진행 상황 등 관련 소식을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며 “장기적으로 기술 이전, 파트너십 성과가 있을 때 투자자들에게 더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