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빚내서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이를 갚지 못해 청산당한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일간 반대매매 규모는 직전 8개월 평균의 2.5배인 170억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통화정책 변화 기대감에 빚을 내 주식에 뛰어든 투자자가 크게 늘었지만 증시는 물가·실적 등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청산 리스크도 커져 주의가 요구된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5거래일간 주식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총 449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89억 원 남짓인데, 특히 3일 하루 동안에는 170억 원을 찍었다. 그 결과 미수금 중 반대매매 비중은 1.7%에 달했다. 이는 금투협이 반대매매 관련 통계 기준을 변경한 이후 두 번째로 크다. 금투협은 지난해 10월 관련 통계를 반대매매 대상 금액이 아닌 실제 반대매매 주문에 의해 ‘체결’된 금액만 집계하기로 변경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후 이달 5일까지 하루 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67억 원 정도였다. 올 들어서도 반대매매 금액이 100억 원을 넘긴 날은 4거래일밖에 되지 않는다. 직전에 가장 반대매매 금액이 높았던 시기는 4월 17일 172억 원(1.8%)인데, 당시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코스피지수가 일주일 새 2660대에서 2550대까지 급락했다.
반대매매는 미수거래와 신용융자 거래에서 문제가 생길 때 발생한다. 미수거래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난 뒤 2영업일 뒤인 실제 결제일(T+2일) 안에 결제 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 거래를 말한다. 미수금은 투자자가 미수거래 대금을 갚지 못해 생긴 일종의 외상으로, 투자자가 이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처분해 회수한다.
투자자는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외상으로 빌릴 때도 일정한 담보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주식 평가액이 증거금의 140% 수준이다. 만약 주가가 하락해 담보 비율이 낮아지면 투자자는 주식을 팔거나 돈을 추가로 입금해 담보 비율을 유지하는데, 3거래일 내 지키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 청산한다.
반대매매가 최근 급증한 이유는 국내 증시의 단기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9~31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며 코스피지수가 3%가량 급락하면서 반대매매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4월 중동 리스크 당시에도 12~16일 3거래일간 코스피가 3.6% 급락한 적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계속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무턱대고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면서 빚투 청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 1월까지만 해도 증권가에서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3번 인하할 거라는 얘기가 돌았지만 4월에는 2번으로, 지난달부터는 1번 혹은 0번으로 축소되는 모습이다.
반면 지난달 31일 신용융자 잔액은 19조 8175억 원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이달 5일에도 19조 6629억 원으로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이 과열 국면에서 빚투의 영향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게 되고 또 테마주의 경우에는 재료 소멸 시 하한가로 내리꽂는 일이 다반사”라며 “최대한 안정적으로 주식투자에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