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과도한 규제로 기업의 공익 활동마저 위축된다는 주장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공익법인 운영의 주요 재원이 되는 주식 증여에 대한 세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상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자 재계에서는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서는 기업을 옥죄는 ‘킬러 규제’라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때 상속세 면세 한도를 5%, 그 외에는 10~20%로 제한하고 있다. 대다수의 국가가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 상속세를 완전 면세하는 제도를 둔 것과는 대조된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은 지분율 20~50%까지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까지 제한받는데 이 역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적용하는 규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대기업 공익법인의 역할은 커지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재원 마련 창구는 막아두고 있다. 이로 인해 공익법인의 활동 반경도 좁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5일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사업 현황 분석’ 보고서를 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2022년 공익 목적 지출액은 5조 9026억 원으로 2018년(5조 2383억 원)보다 12.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매출 500대 기업의 사회 공헌 지출액 증가율(35.7%)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재계에서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과 같은 곳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공익법인에 대한 상증세 면제 한도를 조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웨덴 대표 기업가 가문인 발렌베리는 지주회사를 공익법인으로 지배하고 기업 승계가 공익법인을 통해 이뤄지는 방식으로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 있다. 기업 오너는 상속세 없는 공익재단 출연, 차등의결권 등을 허용받는 대신 고용 약속을 지키며 수익 대부분을 기부하는 식이다. 세계적인 제약 회사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발레베리의 관계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