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의 정치나침반] 국민의힘의 위기 불감증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합의하지 못한 여야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국회의장을 선출했다. 상식적이라면 선출된 국회의장은 먼저 빈말이라도 합의로 출발하지 못한 국회의 모습을 보여 국민께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이라도 드리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그러나 5선의 우원식 의장은 민주당의 입장에 따라 ‘국회법대로’ 6월 7일 자정까지 원 구성 명단을 제출하라는 데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사과와 협치보다 대결을 선택했다.


한심한 것은 지도부 공백 상태인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벌써 차례를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대위원장 체제 속에 차기 당대표 경선에 한동훈의 출마 여부를 두고 소속 의원과 당원들이 갈라져 있다. 계파의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고 꼼수에 매달려 전당대회 룰을 바꾸는데 골몰하고 있고, 당대표 선출이 얼마나 남았다고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2위를 부대표로 하자는 안을 들고 나왔다.


국민의힘이 오늘날 이 지경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체 하면서 개인이나 계파 이익만 챙기고 있는 것인가. 솔직히 말해서 집권 초부터 전당대회 규칙을 바꿔 자신에게 유리한 대표를 뽑으려 하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 아닌가. 친윤계 대표를 선출하려고 반복적으로 무리수를 두었다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 총선에서 그토록 무참히 패배한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래 놓고도 여전히 당내 계파싸움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민의힘이다.


의석수에 밀려 오랫동안 수립된 합리적 관행인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분리제도조차 지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등에 업고 민주당이 감히 이를 모두 갖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해도 시원치 않은 판에 파벌적 당권싸움에 빠져 있다니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는다. 대표에 출마하느냐는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고 당헌 당규에 따라 공정한 경쟁을 거쳐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선택되면 용산은 그들과 협력해 압도적 다수의석을 가진 범야권이 주도하는 국회와 협치할 방안을 찾아가면 된다. 만일 용산이 아직도 당의 대표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그에 따라 의원들이 우왕좌왕한다면 보수우파 국민은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지지마저 철회할 것이다.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20%대 초반에 그친 것도 많다. 보수우파 유권자가 적어도 30%대 중반은 되는데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그토록 낮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은 이미 용산과 국민의힘을 떠난 지 오래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보여온 낯 뜨거운 행태와 나라의 미래를 망칠 수 있는 수많은 포퓰리즘 정책에 반대하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지지해 온 보수우파 유권자들마저 떠난다면 다음 보궐선거나, 지방선거, 대선은 해보나 마나다. 그래도 당대표 선출을 두고 알량한 계파 싸움을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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