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일본 ‘0.99 쇼크’


1990년 6월 9일, 후생성(현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통계 수치가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1989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전후 최저인 1.57명에 그쳤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출산율은 1966년에도 1.58명으로 떨어진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됐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인구 감소 공포와 노인 부양 부담,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1.57 쇼크’다. 이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1994년 ‘에인절 플랜’으로 명명한 최초의 저출산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3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2023년 합계출산율이 1.2명에 그쳐 역대 최저를 경신한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출산·육아 지원을 위한 법과 제도를 갖추고 66조 엔(약 5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은 총력전의 결과라 하기에는 처참하다. 특히 도쿄의 합계출산율은 0.99명으로 공식 발표 기준 처음으로 1명 선이 붕괴됐다. 도쿄의 합계출산율은 2003년에도 0.9987명으로 떨어졌지만 반올림을 해서 1.0명으로 공표됐었다. 당시 ‘일시적 현상’으로 넘겼던 도쿄 측은 이번 ‘0.99 쇼크’에 대해 “엄중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오죽하면 도쿄도가 자체적으로 소개팅 앱 개발에 나섰겠는가. 도쿄도는 올여름부터 미혼 남녀로부터 개인 신상 명세와 독신 증명서, 연봉 증명서, 만남에 적극 임하겠다는 서약서까지 받아 인공지능(AI) 매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효과는 미지수이지만 저출산 해소가 그만큼 절박한 과제가 됐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 올해 전망치는 0.68명이다. ‘0.99 쇼크’로 난리 난 일본이 부러울 지경이다. 본보기인 줄 알았던 일본의 저출산 대책이 실패로 확인된 지금 우리에게는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상상력을 동원한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 수립이 절실해졌다. 국운을 걸고 ‘제로 베이스’에서 저출산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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