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울어진 운동장’ 법인세, 기업 뛸 수 있게 국제수준으로 낮춰야

우리나라 법인세가 소수의 대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을 지워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고 세수 불안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율이 주요국들보다 높은 데다 과세표준 구간 4단계의 초과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과표 구간이 4개 이상인 나라는 한국과 코스타리카(5개)뿐이다. 미국·일본·독일 등 34개국의 과표 구간은 1~2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당시 대기업을 겨냥한 ‘3000억 원 초과’ 과표 구간을 신설해 지나치게 복잡한 데다 대기업에 편중된 법인세율 구조를 갖게 됐다.


상대적으로 높은 법인세율도 우리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2022년 세법 개정으로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췄지만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은 26.4%(2023년 기준)로 OECD 평균(23.7%)을 훌쩍 웃돈다. 반도체 산업 경쟁국인 대만의 법인세율은 20%에 불과하다.


전 세계가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세제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정글에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는 어렵다. 해외투자 유치는커녕 우리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돼 경제가 활력을 잃고 일자리도 사라지게 된다. 국가 재정이 일부 대기업의 실적에 따라 요동치는 기형적인 구조도 문제다. 약 100개의 대기업이 전체 법인세액의 42.1%를 부담하는 구조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적자에 빠지면 대규모 세수 펑크가 불가피해진다. 법인세 경쟁력이 OECD 38개 회원국 중 34위로 바닥권에 머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법인세는 ‘국제 경쟁 조세’이다.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게 하고 첨단산업 유치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려면 법인세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으로 세율을 낮추고 복잡한 누진 체계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업들이 마음껏 뛰며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자연스레 세수도 늘게 된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부자·대기업 감세’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최소한 국제 수준에 맞는 세율 및 구조로 서둘러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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