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9일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만에 재개했다. 군은 추가 방송여부가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경고했지만,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4차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남한을 위협해 남북 강대강 대치국면은 심화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밤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며 "현재 풍향이 남서풍 및 서풍으로 경기 북부 지역에서 동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국내 민간 단체들이 지난 6∼7일 대형 풍선에 대북 전단을 달아 보내자 8일 밤부터 9일 새벽까지 330여개의 대남 오물 풍선을 살포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9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북 심리전 수단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이어 군은 오후 5시부터 최전방 지역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가동했다. 약 2시간 동안 고정식 확성기 여러 대를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이날 대북 확성기 가동 사실을 공개하면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대북 확성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성까지 들릴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고정식 확성기는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야간에 약 24㎞, 주간에는 10여 ㎞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 차량에 탑재된 이동식 확성기는 고정식보다 10㎞ 이상 더 먼 거리까지 음향을 보낸다.
특히 북한군의 토대를 흔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군사분계선에 배치된 군인이 탈북을 하면 안 돼 북한은 상대적으로 집안 배경이 좋은 사람을 최전방에 보낸다”며 “MZ세대의 북한군이 대북 확성기에 계속 노출될 경우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북한도 맞대응에 나섰다. 9일 밤 4차 풍선을 살포한 데 이어 김 부부장이 담화도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9일 "또 삐라(전단지)·확성기 도발을 병행하면 새로운 대응을 목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의 대응 행동은 9일 중으로 종료될 계획이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며 "(남측이) 확성기 방송 도발을 재개한다는 적반하장격의 행태를 공식화하는 것으로써 계속해 새로운 위기 환경을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지저분하고 유치한 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쉴 새 없이 휴지를 주워 담아야 하는 곤혹은 대한민국의 일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서울이 더 이상의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갈등 국면은 지속될 전망이다. 남한의 탈북민 단체들이 계속 대북 전단을 뿌리겠다고 하고 있고 군도 10일 확성기 방송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2015년과 같이 북한이 확성기에 조준사격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2015년 8월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고 북한은 경기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조준해 고사총 1발과 직사화기 3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도 이에 대응사격을 했고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는 등 군사적 대치가 극에 달한 바 있다. 결국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려 우리가 확성기를 틀지 않은 조건으로 북한은 목함지뢰에 대해 사과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긴장을 조성할 생각이 없다면 대남 확성기 방송을 트는 수준의 대응을 할 것”이라며 “반면 2015년과 같은 조준사격이나 군사적 위협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에 대화의 문은 열어놓아야 한다”면서도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