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확실한 우위를 보여온 것을 감안하면 ‘성추문 입막음 돈’ 유죄판결의 영향으로 대선 판세가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CBS와 유고브가 미국 성인 2063명과 등록 유권자 1615명을 대상으로 이달 5~7일(이하 현지 시간) 실시해 9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3.8%포인트)에 따르면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7개 경합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을 1%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뒤 실시됐다. CBS는 “유죄판결이 경제·인플레이션·국경 같은 문제에 비해 유권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3월부터 소폭 늘어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이 모팅컨설트와 함께 지난달 7개 경합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네바다와 미시간 등 2곳을 제외한 5곳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섰다. 뉴욕타임스(NYT)의 지난달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위스콘신에서만 앞섰을 뿐 나머지 경합주에서는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밀렸다. 이런 이유로 이번 CBS·유고브 조사가 바이든 캠프에는 의미 있는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국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9%)보다 1%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유죄 평결 이후 첫 대규모 야외 선거 유세를 열고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공격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국경 대책에 대해 “늦었으며 약하고 비효율적이다. 헛소리”라고 비판했다. 또 자신의 유죄 평결에 대해서는 “그들(바이든과 민주당)은 법무부를 무기화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프랑스를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벨로의 엔마른미군묘지를 방문해 추모했다. 이곳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악천후로 방문을 취소했던 곳으로, 당시 그가 미군 전사자들을 향해 ‘패배자’ ‘호구’ 등의 막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