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애니메이션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히든카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폭발적인 성장세와 함께 충성도 높은 팬덤, 합리적인 제작비까지 갖춘 애니메이션 장르가 OTT에서 맡을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10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보는 미국 애니메이션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 내 모든 연령층에서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케이블 채널에 집중됐던 배급 구조가 글로벌 OTT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고, OTT가 애니메이션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6년 설립된 세계 최대의 애니메이션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인 크런치롤은 지난 1월 유료구독자 1300만 명을 돌파했다. 2021년 중반부터 올해 초까지 유료구독자 수가 세 배로 증가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크런치롤 방문자 수는 2억 2500만 명을 돌파한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2027년 크런치롤 유료가입자 수가 200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크런치롤을 소유한 소니의 콘텐츠 부문 수익에서 크런치롤의 비중이 2023년 1%에서 2028년 36%까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2036년이 되면 세계 최대의 애니메이션 시장인 일본 애니메이션 매출의 80%가 크런치롤에서 나올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세계 최대의 OTT 넷플릭스도 애니메이션에 집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 하반기 넷플릭스 톱100 작품 중 33편이 애니메이션이었다. 넷플릭스는 유니버설·소니·파라마운트 등 다양한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용자의 60%인 1억 5000만 가구가 키즈 및 가족 콘텐츠를 시청했다. 전체 시청 수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도 집중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스튜디오도 인수했다. 2022년 제작비 규모는 50억 달러를 넘어섰고, 영화 부문 대표로 ‘레고 뮤비’의 프로듀서였던 댄 린을 기용했다.
OTT 업계가 애니메이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충성도와 가성비다. 제공되는 신작 콘텐츠나 주기에 따라 OTT 구독을 옮겨 다니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애니메이션 팬덤은 플랫폼 충성도가 더 높다. 라울 푸리니 크런치롤 대표는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원하는 팬들은 크런치롤을 찾을 것”이라며 “일본과 중국을 제외하고도 애니메이션 팬 규모는 8억 명에 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콘텐츠 제작 비용도 실사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OTT와 애니메이션의 조합은 국내 OTT와 애니메이션 업계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는 토종 OTT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보고 있는 곳은 애니메이션 전문 OTT 라프텔 뿐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인기 순위에는 ‘짱구는 못말려’ ‘원피스’ ‘명탐정 코난’ 등의 애니메이션이 항상 자리잡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인기 웹툰 ‘신의 탑’ ‘노블레스’ ‘갓 오브 하이스쿨’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크런치롤에서 서비스된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영화계 불황에도 꾸준하게 배급 수익을 가져다 준 것은 애니메이션”이라며 “OTT 업계도 강성 팬덤을 확보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확보 경쟁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