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이 세계 최고 전압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양산에 돌입한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친환경에너지·인공지능(AI) 분야로 찾아온 송전 수요의 슈퍼사이클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LS전선이 525㎸ HVDC 케이블의 양산을 시작한다고 10일 밝혔다. 이 제품은 네덜란드 국영 전력사 테네트가 북해에 건설한 해상풍력단지(2GW 규모)의 송전망 사업에 사용된다. LS전선은 지난해 5월 테네트와 2조 원대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전 세계 케이블 업체의 단일 수주액 중 최대 규모다.
양산 제품은 현존하는 직류 케이블 중 최고 전압 제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 업체만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회사는 이번 양산으로 HVDC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힌다는 공산이다. LS전선은 최근 해저케이블 전문 시공 업체인 KT서브마린의 지분을 인수해 시공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HVDC는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각광 받는 제품이다. 교류에 비해 대용량의 전류를 저손실로 멀리 보낼 수 있어 장거리 송전망을 중심으로 도입이 늘고 있다. 통상 풍력·태양광의 발전단지는 해상 등 소비지와 멀어 HVDC를 통해 손실 전류를 최소화하는 것이 사업 효율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지난해 5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HVDC 케이블 공장을 지은 것을 기점으로 투자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달 초에는 강원도 동해에 약 1000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해저케이블 공장 5동을 증설해 케이블 생산 능력을 현재의 4배로 늘리기 위해서다.
효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3월 대만전력공사(TPC)가 대만 서부 해상에 건설하는 풍력단지에 약 1100억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대만 1차 해상풍력단지 건설 사업의 8개 프로젝트에 대한 초고압 해저케이블 공급권을 모두 따냈다. LS전선의 에너지 부문 수주 잔액도 지난해 상반기 5조 47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회사는 AI로 인한 전력 수요 폭증도 호재로 보고 있다. 미국은 AI 개발과 반도체, 전기차 공장 건설, 노후 전력망 교체 등으로 케이블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10년간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미국 공략을 노리는 LS전선은 최근 자사 미국 해저 사업 자회사 LS그린링크가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9906만 달러(약 1365억 원)의 투자세액공제를 받기도 했다.
회사 측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에 의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HVDC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외 투자 확대로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