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World_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2년 만에 돌아온 남춘천CC서 13일 개막
함정우 “한일 교류전 반갑지만 져선 안돼”
박은신 “성적으로 스폰서에 감사 전할 것”

그린을 겨냥한 양지호의 아이언 샷.



지난해 대회 우승자 양지호(오른쪽)와 그의 캐디인 아내.

2022년 챔피언 이준석.

6월 13일부터 나흘간 강원 춘천의 남춘천CC(파71)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 열린다. KPGA 투어 주관 대회지만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주관 대회이기도 하다. KPGA 투어 상위 60명과 JGTO 상위 60명, 주최사 추천 선수 14명에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선수들도 참가하는 ‘아시아 별들의 전쟁’이다. 이 대회가 내건 기치에도 이렇게 쓰여 있다. ‘비욘드 더 월드(Beyond the World)’.


총상금은 전년 대비 30% 증액한 13억 원이다. 우승 상금은 2억 6000만 원. 명실상부한 메이저급 상금 규모다. 오르막과 내리막, 긴 홀과 짧은 홀이 번갈아 배치된 난코스에다 더워진 날씨까지 더해진 대회 조건은 샷 기량과 더불어 멘탈 관리의 끝판왕을 가릴 무대로 팬들에게 다가갈 준비를 마쳤다.



안방으로 옮겨온 한일전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은 지난해부터 국내 대회로는 유일하게 한일 양국 프로골프협회 공동 주관으로 열리며 아시아 메이저 골프대회를 지향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지바현에 위치한 지바 이스미GC에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 이어 올해는 2022년 개최지였던 남춘천CC로 2년 만에 돌아왔다.


2년 전 우승자는 이준석, 지난해 원정에서 정상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은 양지호다. 이준석은 2022년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5언더파 67타를 쳤다. 선두와 1타 차 2위로 출발한 그는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해 20언더파의 이규민을 1타 차로 따돌리고 1년 만에 KPGA 투어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첫 승은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올린 것이었다.


이준석은 16번 홀(파4)에서 결정타를 날렸다. 핀까지 115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톡 치면 들어갈 거리에 딱 붙인 것. 이 홀 버디로 1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고 이규민의 17번 홀(파3) 보기에 2타 차로 달아나며 여유를 찾았다. 이규민이 마지막 홀 버디로 힘을 짜내 봤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양지호는 지난해 6월 대회에서 최종일 6언더파를 쳐 20언더파로 정상에 섰다. 일본 투어 간판인 나카지마 게이타를 1타 차로 따돌리면서 한국 남자골프의 자존심을 세웠다.


3라운드까진 나카지마가 공동 선두, 양지호는 1타 차 공동 3위였다. 양지호는 최종일 17번과 18번 홀 버디로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 출신의 나카지마를 2위로 밀어냈다.


양지호는 2012년 일본 2부 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하는 등 일본에서 1·2부 투어 활동 경력이 있었다. 2022년 5월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데뷔 14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이후 1년 1개월 만에 KPGA 투어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아내 캐디와 찰떡 호흡을 자랑한 양지호는 “한일전이란 느낌이 들어 집중력이 생겼다”고 했다.


올해 일본에서는 2022년 JGTO 상금왕 출신이자 그해 신한동해오픈을 우승한 프로 통산 6승의 히가 카즈키, 지난해 2승을 달성하며 JGTO 상금 랭킹 6위에 오른 히라타 겐세이, JGTO 페어웨이 안착률 여덟 시즌 연속 1위의 이나모리 유키 등 상위권 선수들이 출전해 국내 팬들에게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줄 예정이다. 역대 최연소로 유럽프로골프투어(EPGA) 출전권을 따내고 통산 2승을 기록한 중국의 예워청도 주목할 선수다.




첫 톱 10 진입에 도전하는 이승민.

하나금융 로고 새기고 하나은행 대회 우승할까


하나금융그룹 골프단은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화려한 진용을 자랑한다. 이번 시즌 후원 선수만 14명. 지난달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투어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만 15세)을 세운 이효송도 하나금융그룹 소속이다.


이번 대회에 하나금융그룹 로고를 모자나 셔츠에 새기고 출전하는 선수는 지난해 대상에 빛나는 함정우를 비롯해 한승수, 박은신, 박배종, 이승민, 안성현, 박상현이다. 박상현은 셔츠에 로고를 새긴 하나금융그룹 서브 후원 선수다. 모두 2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스폰서 주최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바라보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2022년 장애인 골프대회인 US 어댑티브 오픈 초대 챔피언에 오른 발달장애 선수 이승민은 KPGA 투어 대회 통산 여섯 번째 컷 통과와 함께 첫 톱 10 진입을 노린다.


이밖에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양지호와 올해 1승이 있는 윤상필, 고군택, 김홍택 등 K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대거 출격한다. 김홍택과 대상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이정환, 김민규, 장유빈은 물론이고 김비오, 허인회, 옥태훈, 장동규, 김영수, 문경준, 이형준, 이수민, 황중곤 등이 우승 후보 리스트를 빼곡하게 메우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참가 선수들이 최상의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도록 식사는 물론 연습장과 셔틀 서비스, 통역 서비스 제공 등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15세 샛별과 추억의 이름 그리핀


2009년생 안성현과 ‘지한파’ 매슈 그리핀(호주)은 대회에 풍미를 더해줄 조미료로 꼽힌다. 추천 선수로 참가하지만 우승 후보로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안성현은 KPGA 투어 최연소 컷 통과 기록 보유자다. 2022년 9월 블랙스톤 제주CC에서 열린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에서 이틀 합계 2언더파로 가볍게 3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13세 4개월에 이룬 첫 컷 통과. KPGA 투어의 종전 기록은 2001년 유성 오픈 때 강성훈의 14세 24일이었다. 안성현은 21년 만의 기록을 작성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유망주로 재조명 받았다.


앞서 안성현은 그해 4월 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12세 11개월)을 세우기도 했다.


안성현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3승의 김주형이 롤모델이다. 김주형이 PGA 투어에서 최연소 관련 기록을 여럿 작성했듯 안성현도 훗날 PGA 투어에 진출해 한국 선수가 세운 기록들을 하나씩 깨나가는 게 목표다.


국가대표 안성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올해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남긴 아쉬움도 털어내고 싶어 한다. 매경오픈에서 안성현은 마지막 날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하고 말았다. 18번 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했는데 보기로 적었다가 실수를 확인하고 자진 신고했으나 이미 스코어카드 제출 장소를 벗어난 뒤였다. 실격이 아니었다면 공동 51위를 기록했을 성적이었다.


그리핀은 KPGA 투어 통산 3승의 호주 선수다. 2014년 인천 스카이72(현 클럽72) 하늘 코스에서 열렸던 제57회 KPGA 선수권에서 최종 합계 20언더파로 2위 문경준을 3타 차로 따돌렸다. 2012년 하이원 리조트 오픈, 2013년 SK텔레콤 오픈에 이어 3년 연속 1승씩을 챙긴 것이다.


원아시아 투어에서 활약하다 2012년 하이원 리조트 오픈에서 우승하며 KPGA 투어 시드를 획득했던 그리핀은 서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는 사실도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41세가 된 그리핀은 주로 호주에서 활동 중이며 KPGA 투어 대회 출전은 2019년 신한동해오픈(공동 7위) 이후 거의 5년 만이다.




참가 선수들이 하나금융그룹 캐릭터 별돌이·별송이처럼 포즈를 취했다.

캐릭터랑 사진 찍고 솜사탕도 만들어요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기간 대회장은 널찍한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주최 측은 갤러리 플라자 공간을 식음과 휴식 등 테마별로 구성해 한층 더 편리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 하나금융그룹의 캐릭터인 별돌이·별송이 포토존, 친환경 솜사탕 만들기, 스탬프 투어 등을 통해 가족과 함께 즐기는 나들이 명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즐길 거리 체험을 마련했다. 푸짐한 경품이 준비된 현장 이벤트도 여럿이다.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을 위해 단독 제작한 갤러리 가방을 선착순으로 지급하며 남춘천역에서 대회장을 오가는 셔틀 버스를 배치해 대회장 방문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갤러리 주차장은 대회장 인근 15분 거리에 있다.


갤러리 티켓은 12일까지 하나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하나원큐’로 사전 구매할 수 있다. 하나은행 계좌가 없어도 하나원큐 회원 가입과 로그인만으로 간편하게 입장권을 살 수 있다.


하나원큐를 통해 하나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에게는 전월 실적 및 신용·체크카드에 상관없이 50% 입장권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현장에서 하나카드로 티켓을 구입하는 고객에게도 3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유공자는 동반 4인까지 무료 입장이 가능하며 출생증명서를 지참한 미취학 아동 역시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올 시즌 제네시스 대상 타이틀을 노리고 있는 김민규.







함정우·박은신의 남다른 출사표





올해 남춘천CC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은 KPGA 투어 선수뿐 아니라 JGTO 상위 60명도 출전하면서 한일 대항전 성격을 띤다. 이 한일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른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하나금융그룹 소속 간판인 함정우다.


자신을 하나금융그룹 마스코트라고 소개한 함정우는 “일단 한일전이라고 하면 한국 선수들은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 뭔가 일본한테는 사소한 거라도 지기 싫고 그런 게 있지 않나”라며 “일단 한일전이라는 생각보다는 경기에 집중해 좋은 성적을 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또 한일 양국 간 교류전 성격도 있어서 일본 투어 선수들과 친해지는 계기도 되고 재미있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은 함정우가 콕 찍은 우승하고 싶은 1순위 대회다. 그는 2020년부터 5년째 하나금융그룹과 후원의 인연을 맺고 있다. 함정우는 “타이틀 스폰서 대회에서는 행동도 조심해야 하고 무엇보다 성적이 좋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출전할 때마다 항상 부담도 되지만 너무 잘하고 싶은 대회라 항상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면서 “책임감이 다른 대회보다 막중하다. 꼭 잘해서 후원에 보답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남춘천CC에서 열린 2022년 대회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첫날 8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를 달리다 둘째 날 트리플 보기, 더블 보기 등을 범해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최종 공동 12위로 마치며 준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함정우는 “잘하다가 미끄러졌었다”며 “남춘천CC는 경사가 심해 티샷을 페어웨이에 잘 떨어뜨려야 하고 그린이 커서 아이언 샷을 할 때 퍼트하기 쉬운 쪽에 올려놓고 다음 플레이를 풀어나가야 한다. 올해는 드라이버 티샷과 아이언 샷 거리감을 맞추는 데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제네시스 대상(MVP)을 수상하며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함정우는 올해 더 잘하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소율이의 존재다. 2022년 결혼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 강예린 사이에서 지난해 3월 얻은 딸이다. 함정우는 “딸이 이제 14개월인데 대회 출전하고 연습한다고 바쁘다 보니 기껏해야 기저귀만 갈아주는 정도다. 그래서 아내에게 정말 고맙고 더 잘하고 싶다”면서 “지난해 대상을 타면서 주변 사람들도 올해 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부담도 되지만 기대에 꼭 부응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KPGA 투어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박은신에게 2022년은 의미가 남다른 해였다. 4월 하나금융그룹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으며 든든한 응원군을 두게 된 것. 한때 박은신은 메인 스폰서가 없어 모자 정면에 자신의 이름인 ‘박은신’을 새기고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과 함께하게 되면서 오롯이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메인 스폰서와 동행으로 마음이 안정된 효과였을까.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박은신의 잠재력이 폭발했다. 2022년 5월 KPGA 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데뷔 13년 만에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본 데 이어 11월 골프존 도레이 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다승자 반열에 올랐다.


모든 것이 술술 풀렸던 그해 유일하게 박은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대회가 있었다.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은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다. 처음으로 메인 스폰서 대회에 참가하면서 그는 가장 높은 곳을 노렸다. 박은신은 남춘천CC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까지 공동 4위에 올라 우승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3·4라운드에서 1타밖에 줄이지 못하면서 결국 공동 23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야심차게 우승을 바랐던 박은신으로서는 크게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성적이었다. 박은신은 “그때는 초반에 좋은 성적을 내면서 우승에 대한 욕심을 많이 냈다. 하지만 후반 라운드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와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했다”고 돌아봤다.


메인 스폰서 대회에서의 부진은 이듬해 일본에서도 이어졌다. 박은신은 대회가 열린 일본 지바 이즈미GC 코스 공략에 실패하며 컷 탈락의 수모를 떠안았다.


박은신은 올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 ‘삼세번’ 참가에 앞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물심양면으로 그를 돕고 있는 메인 스폰서에 성적으로 보답하기 위해서다. 박은신은 “이번에는 조금 더 욕심을 내려고 한다. 항상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메인 스폰서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으로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던 곳이 남춘천CC다. 대회를 치러봤던 곳이고 좋은 기억도 있는 곳이기 때문에 코스에 가면 그 장면들이 떠오를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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