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면서 물가와 환율이 불안한데 성장이 기대 이상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를 고려하면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으며 앞으로 몇 개월 더 물가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11일 공개한 5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이 완만한 둔화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거듭된 일시적 반등으로 목표 수준(2%)에 이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현재의 3.5% 수준에서 동결하고 물가의 목표 안착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실물경제의 성장세가 당초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물가의 상방 압력도 상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은은 금통위 개최 당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려 잡았다. 물가와 기대 이상의 성장세뿐 아니라 환율 불안도 기준금리를 서둘러 낮추지 못하는 위험 요소로 꼽혔다. 다른 위원은 “앞으로 통화정책 기조 전환 시기는 환율 등 대외 여건의 안정 상황, 물가의 목표 수준 수렴 확신 여부, 기준금리 유지에 따른 경제주체의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한 위원은 금리 동결을 지지하면서도 통화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통화정책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 측면에서는 긴축 완화를 위한 필요 조건이 점차 충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