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첨예하게 싸우고 있는 세계시장의 중심에 있는 기업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한다는 건 우리가 바라는 것 아닙니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0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12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대표자 연설을 한 후 고용노동부 기자단과 만나 삼성전자 노조 파업과 관련해 “조만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 제1노조는 사측과 임금 교섭이 난항을 겪자 7일 동시 연차 휴가를 쓰는 방식으로 파업을 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첫 파업이다. 손 회장은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데 노조와 사용자 생각이 다를 수 없다”고 강조하고 독일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키워내지 못한 상황을 언급했다. 손 회장은 “반도체 연구 개발을 할 때 밤을 새면서 연구 주제를 찾아야 하는데 독일은 노조 협약 때문에 할 수 없었다”며 “결국 독일은 반도체 산업에서 손을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문제(삼성전자 노조 파업)에서 다른 실패 사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노동계와 경영계 양자 대화도 이어갈 뜻을 밝혔다. 노사 대화는 우리 노사 관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난제다.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 정부가 노사 사이에 끼어 중재 역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손 회장은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혼자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노사가) 함께 외국 제도 등을 보면서 개선점을 찾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문제는 국민이 얼만큼 우리(노사) 생각에 동의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장시간 노동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경총과 같은 사용자단체 수장이 꺼내기 어려운 화두도 던졌다. 대기업 임원의 주말 근무에 대해서도 “기업의 위기 극복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장시간 노동을 줄여야 하는 데 공감한다”며 “일을 길게 하기도 하고 길게 쉬기도 하는 등 넓은 의미의 근로시간을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근로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하고 다양하게 바꾸자는 것이다. 손 회장은 “우리의 제도와 법규는 상당이 오래돼 현 시대와 맞지 않는 게 많다”고 짚었다. 단 손 회장은 노동계의 숙원인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대해서는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은 좀 더 유예돼야 한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어려운 업체들이다. 이들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