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군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로 전개해 한미 공군 전투기와 연합 훈련을 하면서 국내 사격장에 공대지미사일인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투하해 화제를 모았다. B-1B 전략폭격기의 한반도에서의 JDAM 투하 훈련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훈련에서는 2017년 이후 7년여 만에 미국 전략폭격기가 우리 공군의 F-15K 호위를 받으면서 (필승사격장에) JDAM을 투하해 종심 표적에 대한 정밀타격능력을 시현했다”며 “우리 공군의 F-15K도 동시에 실사격을 실시해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즉각적이고 강력하며 끝까지 응징할 수 있는 태세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억제·대응하기 위한 굳건한 연합방위태세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최근 대남 오물 풍선 살포와 GPS(위성항법장치) 교란 공격 등의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고, 추가 도발시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미의 대북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밀 폭탄의 일종인 합동정밀직격폭탄(JDAM)은 레이저유도폭탄(LGB)과 함께 현대 공중 작전에서 필수적인 무기 체계다.
항공기가 본격적인 무기로 활용되었던 2차 대전과 그 이후 냉전 시기에서 대량의 폭탄을 탑재하고 출격한 폭격기의 폭격 성공률은 한자리수 초반으로 것으로 평가됐다. 이 때문에 공중 작전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폭탄을 실은 폭격기를 많이 동원하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고도를 낮춰야만 했다.
실제로 한국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에서 조종사들은 유도 기능이 없는 일반 폭탄을 정확히 투하 하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예를 들어 한국 공군에게 전설적인 업적인 ‘승호리 철교폭파작전’이나, 미 공군의 베트남전 ‘탄호아 철교폭파작전’에서 폭격에 참가한 조종사들은 교량을 따라 구성된 적의 대공포화망에 의해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저공에서 폭격을 실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합동정밀직격탄이다. ‘똑똑한 폭탄’이라는 뜻을 가진 스마트 폭탄(Smart Bomb)으로, 현대전에 있어 필수적인 공중 무기 체계다.
스마트 폭탄이 도입되기 전에는 전투기와 폭격기에서 사용되는 항공기용 일반 폭탄은 중력과 바람에 따라 떨어질 곳이 정해졌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탓에 무차별적으로 투하될 수밖에 없고, 목표물에 명중되기까지 여러 번의 공습이 필요했다. 하지만 항공에서 투하하는 정밀 유도 폭탄, 즉 스마트 폭탄은 단 한 번의 출격으로 목표물을 매우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 폭탄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이 바로 ‘제이담’(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이다.
미 보잉사가 제작한 제이담을 우리는 ‘합동정밀직격탄’이라고 불린다. 키트 형식인 제이담은 항공기용 일반 폭탄에 장착된다. 항공기용 일반 폭탄은 유도 키트를 장착한 순간 만능이 돼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한다. 제이담은 지난 1991년 걸프전 이후 개발이 시작됐다. 걸프전 당시 레이저 유도 방식의 스마트 폭탄이 대규모로 사용됐다.
레이저 유도 폭탄이 목표물에 유도되는 원리는 전투기나 지상군이 목표물에 레이저빔을 비추면 전투기 조종사가 목표 근처 상공에서 레이저 유도 폭탄을 투하한다. 낙하 중인 폭탄은 목표물에 반사된 레이저 빔을 감지해 목표를 따라가며 명중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레이저 유도 폭탄은 악천후 상황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먼지와 연기, 안개, 구름 등에 의해 레이저 유도가 안 될 때가 빈번해 투하 중에 유도 실패로 오폭에 따른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또 레이저 유도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수의 목표물을 공격하기에는 부적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미 공군은 기상과 악천후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유도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 해법이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즉 위성항법장치와 관성항법장치를 유도 방식으로 사용하는 제이담이 탄생이다.
명중률 높은 군용 GPS를 사용하는 제이담은 1997년부터 미 공군에 인도됐다. 1998년부터 1999년까지 450발이 각종 테스트를 통해 악천후 상황에서도 95%의 임무성공률과 10m의 원형공산오차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제이담의 최대 사거리는 28km에 이른다. 키트 당 가격은 구매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000만 원에서 최대 7000만 원대로 알려졌다. 보잉사에 발표에 따르면 최근까지 제이담은 60만 발 이상 생산돼 미군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 군에 판매됐다.
제이담은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슬라비아 공습 당시, B-2 스텔스 폭격기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아프간과 이라크 전에서 대표적인 스마트 폭탄으로 운용되고 있다. 지난 2003년 8월에는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가상의 공군기지를 목표로 500파운드(약 250Kg)의 제이담 80발을 투하해 80개의 개별 목표를 공격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가공할 위력을 과시해 화제가 됐다. 2007년부터는 레이저 유도 기능이 추가된 레이저 제이담이 개발돼 미 공군에 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공군도 F-15K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제이담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F-35A, KF-16, FA-50에서 제이담을 사용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우리 공군이 무장할 수 있는 제이담은 미국산 GBU-12 레이저 유도폭탄, GBU-31과 GBU-38 합동정밀직격폭탄(JDAM), GBU-39 정밀유도 활강 폭탄, GBU-54, 56 레이저 정밀직격탄(LJDAM)과 CBU-105 지능폭탄, 국산 KGGB 등이 있다.
공군 관계자는 “JDAM은 전투기에 내장된 컴퓨터와 목표물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날아갈 수 있어 군사분계선 주변의 북한군 갱도에 정밀한 포격을 통해 장사정포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