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대어' 리벨리온 IPO 주관사 경쟁 불붙었다

5나노 기반 AI칩 설계 글로벌 주목
상장 후 기업가치 최대 2조원 거론
KB·삼성·한투 등 대부분 입찰 제안
라이벌社 상장맡은 미래에셋은 불참
IPO '빅3' 체제서 무한 경쟁 변곡점


2조 원 안팎의 몸값이 거론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보기 드문 ‘대어’의 상장 주관사 자리를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리벨리온 주관사 선정 결과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전날 상장 주관사 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지난달 24일 국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한 지 약 2주 만이다. KB증권, 삼성증권(016360),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003540)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 대부분 제안서를 냈다. 리벨리온은 이르면 다음주 쇼트리스트(2차 후보군)를 확정하고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리벨리온의 라이벌 회사인 퓨리오사AI의 상장 주관사로 선정된 NH투자증권(005940)과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제안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동 주관사 지위인 NH투자증권이 일찌감치 리벨리온 주관 경쟁에 참여하지 않기로 정한 반면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막판까지 참여 여부를 두고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 주관사는 기업 내부 실사,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계 등의 역할을 맡기 때문에 업종이 같은 회사의 상장 주관사를 겸하게 되면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담당 실무진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결국 퓨리오사AI 상장 작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리벨리온 상장 주관사 경쟁의 결과가 그동안 공고했던 ‘빅3(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구도를 깨고 증권사 무한 경쟁 시대를 여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PO가 기대되는 굵직한 기업들이 과거 유동성이 풍부했던 코로나19 시기에 이미 주관사를 선정한 탓에 최근 대형 트랙레코드(실적)을 새로 쌓을 기회가 줄어든 상황이었다. 리벨리온을 제외하면 약 3조 원 수준의 몸값이 거론되는 메가존클라우드만 이르면 이번주 주관사단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리벨리온의 재무적투자자(FI)이기도 한 KB증권과 퓨리오사AI의 공동 주관사 지위를 포기한 삼성증권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리벨리온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와 협업하고 있기도 하다. 올 들어 케이뱅크(KB증권), DN솔루션즈(삼성증권) 등 ‘대어’들의 주관사 자리를 꿰찬 이들이 리벨리온 상장 주관 경쟁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경우 향후 대형딜 수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0년 설립된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지난해 2월 5나노미터(㎚) 공정 기반 AI 반도체 ‘아톰’을 선보인 후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AI 반도체는 생성형 AI 붐과 맞물려 투자 수요가 폭증하는 분야다. 리벨리온은 올 1월 1650억 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약 9000억 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아직 구체적인 상장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리벨리온이 상장 후 1조~2조 원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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