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미세플라스틱 분포·총량 최초 규명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김승규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
총량 파악조차 어려웠던 미세플라스틱
쇄빙선 타고 북극 심해까지 정밀 분석
물질수지 계산해 오염 대응 토대 마련
북극에 상당량 축적 '잠재적 화약고' 우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승규(사진)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가 미세플라스틱이 바다에 쌓인 양을 포함한 물질수지를 처음으로 정확하게 계산해 지난해 7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논문을 발표했다. 물질수지는 어떤 물질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양을 지역별 유출입량과 잔존량으로 세분화해 파악함으로써 전체적인 물질 분포와 이동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다. 탄소 감축 역시 탄소의 물질수지 계산을 통해 어디에서 얼마나 배출되고 해양·산림 등에 얼마나 흡수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이뤄진다.



김승규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가 새로운 환경 오염원으로 떠오른 미세플라스틱의 세계적 분포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연구재단

미세플라스틱 역시 이 같은 물질수지 계산을 통한 오염 대응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세플라스틱은 5㎜ 이하로 일반 플라스틱보다 작은 크기를 가진 탓에 몸속에 쉽게 축적돼 건강을 악화시키고 바다에도 더 많이 녹아들어 인간과 환경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이 바다에 흡수되면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 기체가 대기로 방출돼 기후변화가 심해질 뿐 아니라 바닷속 산소 농도도 줄어 생태계가 교란된다.


기존 학계는 아직 미세플라스틱의 총량조차 제대로 추정하지 못했으며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가늠할 수 있는 양은 실제 배출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전 세계 해양 표층수에 떠 있는 수만~수십만 톤의 플라스틱은 지난 70여 년간 해양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보이는 수억 톤에 크게 못 미쳐 그것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었다”며 “우선 해양을 수직적으로 표층뿐 아니라 중층·심해·해저면까지, 수평적으로도 연안·대양·극지방으로 나눠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극에 주목했다. 북극은 대부분의 오염원에서 먼 청정 지역으로 인식되지만 지구의 해류 분포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이 북극의 빙하와 바다에 쌓일 수 있고 이를 파악하면 그동안 누락됐던 물질수지 데이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 교수는 2016년 국내 유일의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고 수년간 서북극해의 바다 얼음과 해수, 해저 퇴적물 등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를 통해 지구상의 해양 플라스틱 총량이 2억 7000만 톤, 이 중 미세플라스틱이 약 30%인 8000만 톤이라고 계산했다. 특히 서북극해에 미세플라스틱이 상당량 존재할 뿐 아니라 그 오염도가 전 세계 해양 평균을 웃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게다가 ‘바다 얼음 후퇴선’에 특히 축적되고 있다는 점도 파악했다. 바다 얼음 후퇴선은 여름에도 빙하가 녹지 않는 지역과 녹는 지역의 경계를 말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이 경계가 계속 북상 중인 만큼 미세플라스틱도 북극 더 깊이 더 침투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는 북극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 다시 바다로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해 전 지구적인 영향을 주는 ‘잠재적 화약고’가 됐다는 의미다. 현재 해양 퇴적층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생산량에 비례해 비교적 가파른 속도로 매년 3% 증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빙하가 녹을수록 북극을 오염시키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이 다시 인간에게로 되돌아올 수 있다”며 “또 미세플라스틱이 빙하에 섞이면 햇빛 반사도를 낮춰 해빙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지구물리학적 시스템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의 탐사 영역인데 이번 연구 결과가 관련 연구를 진척시키는 데 정량적 기초 자료로 제시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며 “아울러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해 국제 협약과 같은 국제적 대응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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