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성장을 견인해왔으나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최근 들어 하강 국면을 보였다. 올해부터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다시 한번 반도체 산업 호황기가 도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서버 시장은 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자본 지출 투자를 늘리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부문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과 AI 스마트폰 등 수요 증가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커 보인다. PC 시장 또한 윈도10 서비스 종료에 따른 윈도12 교체와 AI PC 수요로 성장이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 D램은 AI를 지원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기술 선점과 시장 우위를 두고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은 곧 시장과 기술의 성장을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AI 시장의 지속 성장과 더불어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내장형 AI 등 앞으로 산업에 확대 적용의 기회가 남아 있는 신기술들이 있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 반도체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딜로이트는 올해 생성형 AI 전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생성형 AI 반도체 시장은 막대한 매출이 기대된다. AI 반도체가 다소 침체됐던 반도체 시장 성장에 새 바람을 넣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있다. 먼저 AI 반도체 가격 하락이다. 최근 AI 반도체의 일종인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경우 특정 업체가 독점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독점한 기업의 생산량이 늘거나 새로운 경쟁사가 등장한다면 AI 반도체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 AI 반도체를 구매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다소 왜곡돼 있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들은 충분한 물량을 공급받지 못할 때 필요보다 많이 주문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AI 칩 생산량이 늘어 수요와 공급 균형이 회복될 경우 기업들은 주문량을 줄일 것이다. 과거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주기 변동을 야기한 ‘채찍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생성형 AI 추론의 상당 부분이 엣지 프로세서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엣지 프로세서의 생성형 AI는 데이터센터용보다 성능이 낮은 GPU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따라서 관련 시장에는 기존 생성형 AI 반도체 제조사뿐 아니라 기존 엣지 프로세싱 반도체 회사 등 새로운 경쟁사들이 진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성형 AI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와 올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다가 내년에는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 전망이 대세는 아니지만 반도체 시장의 난폭한 등락 가능성을 익히 알고 있다면 완전히 무시할 견해도 아니다. 그럼에도 AI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AI 반도체가 거품론을 이기고 반도체 시장에 순풍을 몰고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