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격다짐'식 가맹사업법 개정 [기자의 눈]


황동건 생활산업부 기자

“대관 부서에 계속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앞서 무산됐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재추진하는데 정치권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밀어붙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12일 ‘10대 당론 추진 법안’ 중 하나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의 개정안은 가맹점주들에게 본격적으로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가맹본부의 ‘갑질’을 방지하고 개별 점주들에게 경영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취지다. 업계는 향후 파업과 휴업권까지 테이블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점주 단체들이 난립해 마치 노동조합처럼 기능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 법이 관련 업계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다른 규제와 맞물려 프랜차이즈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의 ‘필수 품목’ 개선 대책도 다음 달 3일부터 시행을 앞둔 상태다. 필수 품목은 가맹점주가 반드시 본부를 거쳐 조달해야만 하는 원부자재나 설비 같은 물품이다. 새 시행령에 따라 이 품목들의 거래 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점주들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주무 부처인 공정위원회는 가맹 사업 규제에 신중한 입장을 밝혀왔다. 이로 인해 점차 줄어들 필수 품목의 범위가 품질 저하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데 공감해서다. 치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기름’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본부가 점주들이 요구하는 대로 매장이 개별적으로 기름을 확보하도록 허용할 경우 맛과 품질을 통일하기 어려워진다. 한 번에 대량 주문하던 양이 줄어들면서 생산 단가가 오르면 본부 수익성도 악화된다. 이는 상품 판매가에 반영될 공산이 크다.


결국 관건은 속도다. 프랜차이즈는 이해 당사자들이 복잡하게 얽힌 업종이다. 게다가 중소형 업체의 비중이 3분의 2에 달한다. 지난 국회에서처럼 충분한 논의 없이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가맹 사업을 연쇄적으로 포기하는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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