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에서 중요 심사 요소로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 구축 여부를 꼽았다. 기존 인터넷은행 3곳에 대해서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와 금리 인하 등 순기능에도 포용 금융엔 어긋난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인터넷은행 7년의 성과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정 국장은 “기존의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못 받던 ‘신파일러’들에게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을 통해서 인터넷은행이 허용해주기를 기대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에 있던 중금리 대출 시장을 시중은행과 서로 뺏고 뺏기는 양상으로 흘러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이 가장 손쉽게 자산과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인 주택담보대출 대환은 다른 은행이 심사해서 이자 잘 내던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을 주면서 뺏어오는 것”이라며 “이런 영업은 혁신·포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다만 기존 전통 은행들이 보여주지 못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리 경쟁을 통해 대출금리를 낮춘 순기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포용 금융은 아쉽지만 외화통장·모임통장 등 기존 은행에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모바일 앱을 통해 주담대가 이뤄질 수 있는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했다”며 “주담대 시장에서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소비자 혜택을 넓힌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금융 당국은 현재 여러 기업과 금융사들이 출사표를 던진 제4인터넷은행 심사와 관련해서는 사업 목적과 실현 가능성을 철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차별화된 비대면 대출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 여부를 심사의 핵심 요소로 거론했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인터넷은행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이들의 사업 계획 실현 가능성을 엄정하게 평가할 것”이라며 “소상공인 대상 신용평가 모델의 구현 가능성, 비대면 심사의 제약을 넘을 수 있는 신용평가 모델 구축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경기에 민감한 특성이 있어 최근 연체율이 많이 오르는 추세"라며 "신용평가 모델이 구현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의 연체율 상승이나 자산 증가에 맞춰 충분히 자본과 경영 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