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국채 매입 줄인다…규모는 7월 결정"…기준금리 동결

3월 금리 올리면서도 국채매입은 계속
"장기금리 자유롭게 형성돼야" 감액에
월 6조엔 수준서 줄여 보유분 줄이기로
시장 "내용없네" 실망, 환율 상승 '엔저'

일본은행/로이터연합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4일 장기 국채 매입 규모 감축 방침을 정했지만, 구체적인 감축 계획은 7월 결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발표 내용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엔화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 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회의 결정 내용을 발표했다. 회의에서는 그동안 매월 6조엔(약 52조9000억원) 수준이던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인다는 방침을 정했다. 일본은행은 “금융시장에서 장기금리가 보다 자유로운 형태로 형성될 수 있도록 매입을 감액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단은 기존 방침대로 국채 매입을 계속하고, 7월 회의에서 구체적인 감축 규모 등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보유 국채 감액은 올여름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9명의 정책위원 중 한 명이 감액에 반대했다. 국채 매입을 줄이는 큰 방향에는 동의했지만, 7월 회의 때 발표하는 ‘경제·물가 전망(전망 보고서)’을 근거로 결정해야 한다며 이번에는 반대를 표명했다.


일본은행은 이번에 국채 매입 감액과 관련해 향후 채권시장 참가자 회의를 열 계획이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 기관 실무 담당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일본은행 관계자가 향후 일본은행에 의한 국채 매입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시장의 의견을 수렴한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3월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마이너스 금리 해제는 8년 만에)하며 금융 정상화 1단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번 국채 매입 규모 축소 방침 결정은 국채 보유량 감소로 이어져 양(量)적인 면에서의 정상화도 추진한다는 점에서 ‘금융 정상화 2단계’라고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일본은행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국채 매입을 늘리며 장기 금리를 억제해왔다. 올 5월 말 기준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 규모만 596조엔에 달한다.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 때에도 일본은행은 ‘국채 매입은 당분간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발행 잔액의 50% 이상을 쥔 최대 매수자(일본은행)가 구매를 줄이면 장기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판단이었다. 그러나 중앙은행에 의한 국채 매입은 시장 기능의 저하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매입액을 줄인다는 방침을 밝혀왔고, 이번 회의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감액 방침이나 일정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은행의 이같은 발표에 엔화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당초 예상됐던 구체적인 감축 규모와 일정이 사실상 7월 회의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발표 직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7엔대 후반으로 뛰었다.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줄이면 시장 금리와 엔화 가치의 상승 요인이 된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는 시장 예상대로 기존의 ‘0~0.1%(단기금리) 유도’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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