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고점을 돌파한 데다 정부가 주도하는 동해 유전 개발 테마주까지 들썩이면서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 9개월 만에 20조 원을 돌파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신용 융자 잔액은 13일 기준으로 20조 1217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9월 25일(20조 1202억 원) 이후 처음으로 20조 원의 벽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17조 5584억 원)과 비교하면 반년도 채 안 돼 2조 5633억 원이 더 늘어났다. 신용 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을 살 목적으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돈이다.
시장별 신용 융자 잔액은 유가증권시장이 10조 9395억 원, 코스닥시장이 9조 1822억 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13일까지 코스피에서는 1조 9229억 원, 코스닥에서는 6403억 원씩 신용 융자 잔액이 불어났다. 이달 7일 52조 9539억 원까지 줄었던 투자자 예탁금도 13일 55조 5935억 원 수준을 회복했다.
최근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수요가 증가한 것은 최근 미국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확산하면서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수요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13% 오른 2758.42에 마감해 올 3월 26일 기록한 연고점(2757.09)을 넘어섰다. 여기에 이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만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돌연 언급하면서 석유·가스 업체를 중심으로 테마주가 형성된 점도 신용 융자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다만 미국 금리 인하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도입, 공매도 금지 연장 효과도 당장 크지 않은 만큼 무리한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대다수가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를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에 반영하지 않았기에 다음 주부터 금리 전망에 대해 보수적인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단기 급등 부담이 있는 증시에 차익 실현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