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능 만점 의대생이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일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그 후로도 교제관계에서 발생한 각종 강력범죄로 안전한 이성교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인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하게 되는 자녀에 대한 많은 걱정 중 하나가 바로 자녀의 이성교제 문제일 것이다.
소중한 자녀가 아직 학업에 매진해야 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부모로서는 내심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가급적 이성교제를 당분간 하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이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중·고등학생 시절에 이성교제를 하는 경우도 주변에 심심찮다 보니 내 자녀가 만약 이성교제를 한다면 서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이성교제를 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필자 또한 어린 자녀가 성장해 감에 따라 앞으로 필자도 맞닥뜨릴 이러한 자녀의 이성교제 문제를 어찌하면 슬기롭게 대처해 갈 것인지를 벌써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필자의 경우 14년의 검사생활과 현재의 형사전문변호사로서의 생활 때문인지 직업병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형사법적 문제 발생 가능성 및 그 대처 방법에 대한 시각이 우선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스토킹’이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에게 많이 익숙해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스토킹’이 범죄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각종 보호절차를 마련하고 가해자의 처벌 및 그 절차에 대하여 특별히 규정한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약칭: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것은 2021년 10월 21일부터에 불과하다.
이러한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에 따른 입법적 움직임은 사실 이미 1999년부터 있어 왔지만 그로부터 무려 2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서 비로소 관련법이 마련되고 시행된 것이다. 법이 마련되고 시행된 것이 얼마 지나지 않다 보니 ‘스토킹’이라는 단어의 익숙함과 달리 그 의미나 그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억울하게 신고를 당하는 경우도 피해를 입고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추가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도 또 학교 내에서의 이성교제와 관련하여 스토킹이 발생되고 있음에도 학교 측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토킹처벌법에서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스토킹범죄’는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이하 “상대방등”이라 한다)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막아서는 행위, 상대방등의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상대방등에게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등의 행위, 상대방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등을 두는 행위, 상대방등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등을 훼손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스토킹처벌법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바와 상대방을 따라다니거나 상대방의 주거, 직장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나 그 부근에 나타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행위에 한하지 않고 피해자를 상대방의 가족까지 확대하여 다양한 행위 태양을 스토킹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녀가 서툰 이성교제 과정에서 이별을 경험하면서 상대방이 거부하거나 싫어할 만한 어떠한 형태의 접촉이라도 반복하거나 지속한다면 스토킹범죄로 입건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만약 자녀가 상대방의 스토킹행위로 인해 불안감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면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의 응급조치를 통해 자녀에게 지속적·반복적인 스토킹행위(즉 스토킹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다.
경찰은 스토킹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는 경우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즉시 현장에 나가 스토킹행위를 제지하고,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할 경우의 처벌을 서면경고하며, 스토킹행위자와 피해자등을 분리하고 범죄수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피해자등에게 관련 절차를 안내하고 피해자를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한다.
만약 신고된 스토킹행위와 관련하여 스토킹행위가 지속·반복될 우려가 있고 스토킹범죄 예방을 위해 긴급한 경우라면 경찰은 직권 또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 등의 요청에 따라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자녀에게 이성교제에서 비롯된 스토킹 피해가 있다면 이와 같은 스토킹 신고를 통해 더 큰 피해를 막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스토킹행위가 지속·반복되는 스토킹범죄의 경우 재발될 우려가 있다면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으로 스토킹행위자에게 피해자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이나 그 주거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잠정조치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스토킹행위자나 그 법정대리인 입장에서는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나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는 경우 등에 있어 불복절차를 통해 그러한 조치의 적절성을 다툴 수 있다.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기 시작할 무렵 필자는 검사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실제 그 당시 잠정조치 청구 업무 등 관련 업무를 하면서 잠정조치 청구를 통해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던 사건들도 많았고, 억울하게 스토킹 오해를 받은 남성의 혐의를 벗어 준 경우도 있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춘기의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이성교제가 심심찮은 만큼 교내에서의 이성교제와 이별 과정에서 스토킹행위나 스토킹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학교 측에서도 이러한 관련 규정을 숙지하고 염두에 두어서 학생들의 이성교제에서 스토킹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미연에 사전 교육을 통해 예방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학교 측의 무관심이나 부적절한 대처로 스토킹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라면 학교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소중한 자녀와 청년들이 건전한 이성교제와 성숙한 이별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고 한층 더 성숙해지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