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에 야시장 꼭 필요한가?" 바가지 논란 원천 봉쇄한 '퇴촌 토마토 축제'…시민들 '환영' [르포]

22회째 맞은 광주시 '퇴촌 토마토 축제' 야시장 퇴출
바가지 논란 원천봉쇄…지역상권 활성화 노려
시민들 환영 일색…비용 부담↓ 축제 관심↑

15일 오후 퇴촌 토마토 축제를 찾은 아이들이 토마토 풀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지역축제와 야시장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였다.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먹거리와 흔히 곁들여지는 품바공연은 축제 특유의 흥을 돋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바가지 논란에 종종 휩싸였다. 고물가 속 평범한 시민이 지갑문 열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비싼 음식값. 게다가 양과 질마저 미흡하기 십상이어서 축제를 찾는 이들의 불만을 샀다. 축제 분위기를 깨는 ‘진상 콘텐츠’라는 손가락질은 그래서 나왔다.


경기 광주시는 올해 지역 대표행사 퇴촌 토마토축제 개최를 앞두고 고심 끝에 야시장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코로나 펜데믹 이후 4년 만에 개최한 행사에서 야시장은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시는 사전 교육을 통해 수차례 가격 인하를 유도했지만 야시장 상인들은 고물가를 내세우며 난색을 표했다. ‘가격인하 대신 양을 늘리겠다’고 시 측에 약속했지만 한계는 뚜렷했다. 퇴출이라는 광주시의 결단에는 외지인들이 야시장이 운영하다 보니 지역사회에 돌아가는 이익은 제한적이어서, ‘지역상권 살린다’는 축제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한몫 했다.


지난 15일 오후 1시께 찾은 광주시 퇴촌면 광동로는 올해로 22회 째를 맞은 토마토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은 수만 명의 인파로 들썩였다. 아침까지만 해도 비 소식에 바깥 나들이를 주저했던 시민들이 화창한 날씨 덕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만들어진 풍경이었다. 토마토 풀, 토마토 김치 담그기, 토마토 화분 만들기 등 토마토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행사를 즐겼다. 광동로 후미에 마련된 중앙무대에서는 인기가수와 밴드공연이 줄이었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 퇴촌 토마토를 시중보다 30% 싸게 파는 부스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15일 오후 퇴촌 토마토 축제 토마토 판매장에서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토마토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점심시간 무렵이라 광동로 양쪽의 식당가는 밀려 드는 손님을 맞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음식점이 아니더라도 가게 앞에 임시 진열대를 차려 놓고 얼음물을 파는 상인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한 농기구상 주인은 농사꾼에게만 팔던 얼음조끼를 일반 시민에게 팔고서 싱글벙글 좋아했다. 지역상권 활성화와 시민이 함께하는 축제 조성이라는 광주시의 의도는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듯했다.


축제와 오랜 세월 동고동락했던 야시장이 빠졌지만 시민들이 부재를 아쉬워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하남에서 아내와 함께 축제를 찾은 김모(71)씨는 “여기 토마토가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작년에 때를 맞춰 와서 몇 박스 사갔다”면서도 “몇 십 퍼센트 싸게 사서 좋아했지만 야시장에서 턱없이 비싼 국수에 전 좀 먹고 그러니까 마이너스인 셈이어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는 행사장 바로 옆에 식당이 붙어있고, 가격도 적당해 불만이 없다. 나이 든 사람도 즐길만한 프로그램도 많아 이번에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김모씨(31·용인시)는 “우리는 데이트하러 축제를 찾는데, 아무래도 젊다 보니 야시장 먹거리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았다”며 “여기는 식당에서 축제라고 가격을 올리지도 않은 것 같고, 위생적인 면에서도 믿음이 간다. 앞으로도 더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광주시 퇴촌면의 이모 할머니가 토마토 김치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 사진 = 손대선 기자

퇴촌면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토마토 김치 담그기 체험활동에 열중하던 이모(78) 할머니는 “내가 여기 본토박이인데 야시장 때문에 시끄럽고 그런 면이 있었다”며 “아무래도 야시장이 빠지고 행사가 외곽에서 시내로 들어오니까 동네 분위기도 좀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7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믿기 어려울 만큼 매끄러운 피부가 돋보인 이 할머니는 동안피부의 비결로 퇴촌 토마토를 내세웠다. 이 할머니는 “우리 토마토가 자랑스럽다. 피부에도 좋고, 이렇게 김치까지 담글 수 있다고 하니 더 많은 사람들이 퇴촌 토마토를 이용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동로 바로 옆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70대 김모씨는 “그동안 야시장은 지역 먹고사는 것과는 무관했다”며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외곽 공설운동장에서 하던 축제를 시내에서 하니까 여기 상인들도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화창한 날씨 속에 퇴촌 토마토 축제 행사장에 몰린 시민들. 사진 = 손대선 기자

야시장을 빼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축제 특수에 기대 야시장을 불법 설치 하려던 타 지역 단체가 이를 제지하는 시 측과 날카롭게 대립했다. 단체의 특수성 탓에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질 경우, 불상사가 불 보듯 뻔해 축제를 앞두고 행사장에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번 축제는 지역 상가의 활성화를 특징으로, 새롭게 변화를 주자는 것에서 출발했다”며 “그런 면에서 야시장이 들어오는 것은 애초부터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안 맞았다. 일부 단체에서 토지주하고는 무관하게 관리하는 사람에게 돈을 건네고 불법으로 야시장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다행히 큰 문제 없이 해결됐다. 앞으로도 철저하게 (야시장 진출을)방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퇴촌 토마토축제는 지난 14일 개막해 16일 저녁 폐막한다. 올해도 사흘 동안의 축제기간 동안 30만 명을 웃도는 시민들이 퇴촌면을 찾아 새콤 달콤한 ‘토마토왕국’의 일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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