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생산쏠림 '풍선효과'…“구형 D램값 2배 오를 수도”

트렌드포스 "하반기 50% 이상↑"
DDR3·4 등 생산능력 할당 줄어
메모리 가격 내년까지 상승 전망

삼성전자 DDR5 제품 사진.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집중 투자에 나선 가운데 이번에는 레거시(구형) D램 제품들의 가격이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HBM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레거시 제품의 캐파(생산능력)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범용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구식 D램 제품인 DDR3 D램의 가격이 하반기에 50~100%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2분기 DDR3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HBM과 DDR5 생산에 라인을 집중적으로 배분하면서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일반 D램 시장이 전례 없는 수급 불균형 사이클을 겪으며 DDR3 생산능력 부족이 더욱 심화했다”며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수급 격차가 20~30%를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DDR4 가격 역시 전 제품군에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PC용 DDR4(16GB) 제품의 가격은 1분기 27달러에서 2분기 29.7달러로 상승해 3분기까지 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모바일 LPDDR4(12GB)의 가격은 22.1달러에서 23.4달러로, 서버용 DDR4(64GB)의 경우 126달러에서 14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HBM 붐이 불러온 일종의 풍선 효과다. HBM은 웨이퍼 다이 사이즈가 동일 용량의 D램보다 크기 때문에 일반 D램보다 2.5~3배의 생산능력을 필요로 한다. 일반 D램 대비 수율 역시 50~60% 내외로 제한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은 모두 올해 전년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HBM 생산 확대를 위한 증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범용 D램의 내년 수요가 공급을 23% 초과할 것으로 봤다. HBM 공급 부족 비율(11%)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2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범용 D램의 가격 상승은 칩 제조사들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으로 발생하는 D램 공급 제약은 수급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은 내년까지 상승을 지속해 업사이클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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