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첨단기술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투자 유치 규모가 미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서비스 개발에 필수적인 인재 확보에서도 우리나라는 순유출국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과 인력 측면에서 경쟁국에 밀리는 상황을 시급히 개선하지 않을 경우 ‘세계 3대 AI 강국(G3) 도약’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련 시리즈 3면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I 정책관측소에 따르면 지난해 생성형 AI 분야에서 한국의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투자 유치 규모는 총 7500만 달러(약 104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선두인 미국의 163억 900만 달러(약 22조 6000억 원)의 217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우리나라의 AI 투자 유치액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5억 5900만 달러), 중국(4억 800만 달러), 이스라엘(2억 9900만 달러)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AI 업계는 최근 기술 경쟁의 우열이 뚜렷해지면서 투자 양상 또한 소수 기업이 독점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이미 수조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가운데 프랑스의 미스트랄AI도 최근 6억 유로(약 9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로 하며 10억 9000만 유로(약 1조 6000억 원)의 누적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이에 반해 한국 AI 스타트업은 조 단위는커녕 누적 투자 금액이 1000억 원을 넘긴 곳조차 드물다.
AI 인재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최근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1만 명당 AI 인재 이동 지표는 –0.3명을 기록했다. 유입되는 숫자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재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AI 기술 개발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국내 금융 환경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할 만큼 조성돼 있지 않다”며 “자본과 인력에서 열세에 놓인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되려면 정부 지원 확대와 함께 기업 간 합병 등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