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값 폭락에 아프리카 돼지열병까지…사료 구매자금 2.5조 상환 연기 검토

사료자금 2.5조 내년부터 만기인데
1등급 도매가 1년새 7.3% 떨어져
소 한 마리 키워 팔면 142만원 손해
돼지농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비상'
경북 영천서 역대 최대 규모 발생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6일 시민들이 소고기·돼지고기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우 가격이 폭락하고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산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축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내년부터 총 2조 5000억 원 규모의 사료 구매 자금 상환이 돌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거치 기간 1년 연장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16일 축산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과 지난해 각각 1조 5000억 원과 1조 원 규모로 지원한 사료 구매 자금의 만기가 내년부터 도래한다. 2022년 지원한 자금은 3년 거치 후 2년 분할 상환 조건이고 지난해 집행분은 2년 거치 후 만기 일시 상환이다.


농민들이 부담하는 금리는 2022년분이 연 1%, 지난해가 1.8%다. 농업협동조합이 대출을 해주는데 시장 대출금리와의 차이는 정부가 농협에 보전해준다.


문제는 한우 공급과잉으로 도매가격이 폭락하면서 농가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산하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4일 기준 1등급 한우 등심 도매가격은 1㎏당 4만 9369원으로 1년 전보다 7.3% 떨어졌다. 2~3년 전과 비교하면 24~27%가량 하락했다. 한우 산지 가격 지표인 6~7개월령 수송아지의 두당 평균 가격 역시 2022년 5월 420만 8000원에서 지난해 5월 343만 6000원, 올해 5월 342만 2000원으로 낮아졌다.


이렇다 보니 농가는 소를 키울수록 적자를 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소) 한 마리당 순손실은 142만 6000원으로, 1년 전(-68만 9000원)보다 손실 폭이 커졌다. 순손익은 총수입에서 사육비를 빼고 각 농가가 실제로 손에 쥐게 되는 돈으로, 소를 키워 팔아봤자 한 마리당 140만 원이 넘는 손해가 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급을 줄이기 위해 한우 정액 가격 인상 등도 시도했으나 농가들의 반대로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국내 한우 농가의 약 37%인 3만 농가가 가입한 전국한우협회는 다음 달 3일 대규모 ‘한우 반납’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우 반납 집회는 한우 값 폭락 및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면서 각 농가들이 서울 상경 시위를 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정부는 어려움에 처한 일부 농가를 대상으로 거치 기간을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거치 기간을 늘리면 이자비용 등이 추가로 든다”며 “추가 소요액 등을 추산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천시 돼지 농가에서는 15일 올해 네 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2019년 국내에서 ASF가 처음으로 발생한 후 단일 농가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발생 농장 출입 통제 등 긴급 방역 조치에 나섰지만 인근에 야생 멧돼지가 많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돼지 2만 4000여 마리를 사육하는 영천시 소재 한 농가에서 ASF 양성이 확인돼 살처분한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달 21일 강원 철원 이후 약 한 달 만의 추가 발생이다.


문제는 이번 발생 농가의 돼지 사육 두수가 올해 첫 발생 농가(500마리)의 48배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농장과 역학 관계가 있는 돼지 농장은 총 42여 곳이며 발생 농장에서 돼지를 출하한 도축장을 출입한 차량이 방문한 또 다른 돼지 농장은 546여 곳이다. 정부는 발생 농장 반경 10㎞ 내 돼지 농장 및 역학 관계가 있는 농장에 대해서는 정밀 검사를, 차량 방문과 관계된 농장에 대해서는 임상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변수는 야생 멧돼지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영천 지역에 야생 멧돼지가 많다”며 “농가끼리 전파될 가능성보다는 야생 멧돼지에 의한 전파 위험성이 더 높다고 판단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가격도 불안 요인이다. 정부는 이번 발생으로 매몰 처분한 돼지가 전체 사육 마릿수의 0.2% 수준에 불과해 돼지고기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밝혔지만 경북 지역에서 사육 중인 돼지는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세 번째로 많은 133만여 마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5일 기준 전국 삼겹살 평균 가격은 100g당 2653원으로 전월 대비 9.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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