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인천은 어떻게 '고래 삼킨 새우'가 됐나 [황정원의 Why Signal]

[아시아나 화물 매각 우협 막전막후]
이병국 소시어스 대표, 에어인천 인수 직후 구상
인수가 4700~4800억 제시, 자금조달 능력 입증
EC, 2주간 입찰자와 면담·질의응답 꼼꼼히 진행
항공화물 운송 경험, PMI에 유리하고 효율성↑

에어인천 화물기. 사진제공=에어인천

사모펀드(PEF) 운용사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에어인천을 인수한 지난 2022년 이병국 소시어스PE 대표는 언젠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매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산업은행 M&A실 출신인 이 대표는 차분히 자금을 모아 만약 아시아나 화물사업부가 시장에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겠다고 구상했다. 그리고 2년 뒤, 실제 매각은 가시화됐고 에어인천이라는 ‘새우’가 연 매출 1조6000억 원의 ‘고래’인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품에 안게 됐다. 소시어스PE 관계자는 “항공운항증명(AOC)가 있어야 인수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을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었다”며 “경쟁률이 제한된 좋은 딜”이라고 말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를 개최한 뒤 아시아나 화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어인천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국내 유일의 화물 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은 단숨에 대한항공에 이어 2위 항공 화물 사업자로 올라서게 됐다.


이번 입찰은 에어인천과 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 등 3파전으로 진행됐다. 에어인천은 본입찰에서 4700억~4800억 원의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인천은 최대주주인 소시어스PE가 전략적투자자(SI)인 인화정공, 재무적투자자(FI)인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뤘고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인수금융을 조달한다.


사실 아시아나 화물 매각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만큼 EC측이 우협 선정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과 자금 조달 능력이 3곳 모두 비슷한 수준이어서 향후 화물사업 독과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대한항공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는 후문이다.


최근 2주 정도는 EC가 매각 주관사인 UBS를 통해서 또는 직접, 입찰자와 면담과 질의응답을 수차례 주고 받았다. 심지어 EC는 향후 자금이 더 필요할 경우 추가적으로 투입할 의지가 있는지, 국토교통부 승인에 문제가 없는지, 만약 적자가 났을 때 증자를 할 능력이 되는지 세세하게 체크했다. 이런 이유로 본 입찰 뒤에 추가로 ‘인수 후 영업자금 조달 계획’ 증빙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금 조달 계획을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

에어인천이 높게 평가 받은 주 요인은 10여 년간 항공화물을 운송한 경험이다. 이는 항공화물간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PMI(인수 후 통합)에도 굉장히 유리하다. 기존의 중국·동남아 중심의 단거리 노선에 아시아나항공의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결합해 화물운송 효율성을 높이는 게 가능하다. 약점을 정확하게 보완해주고 플러스를 내기 때문에 인수합병(M&A)이 ‘1+1’을 3 또는 4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에어인천은 단거리와 장거리, 소형기와 대형기, 아시아와 미주·유럽 별로 탑재율을 높이고 운수권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에어인천 항공기로 동남아, 중국, 일본에서 물건을 인천으로 실어와 아시아나 화물기로 미주, 유럽으로 가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에어인천은 약 2주간 상세 실사를 진행하고 다음 달 말께 대한항공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올 10월께 미국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이뤄진다. 아시아나 화물 매각은 내년 초에 클로징 예정이다.


한편 에어인천은 B737-800SF 4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707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기준 19.4%로 대한항공(45.2%)에 이어 2위이다. 지난해 기준 화물사업부의 매출은 1조6071억 원(벨리카고 포함), 영업이익은 700억 원을 기록했다. 자체 화물기 8대와 리스 3대를 포함해 화물기 11대를 운용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