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최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1조4천억 원에 달하는 재산 분할에 영향을 미친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고 17일 밝혔다.
최 회장 측은 이를 근거로 대법원 상고를 통해 판결을 바로 잡겠다고 했다. SK측이 '6공 비자금 300억원 유입' 등을 인정한 재판부 판단에 이의를 제기한 적은 있으나 이같이 구체적으로 판결 내용의 오류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등 SK측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재판 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 산정에 대해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해당 오류에 근거해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주식 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 2부는 지난달 30일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를 통해 1994년부터 최 선대회장 별세까지 인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 이후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인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최 회장의 기여분이 커지면서 이혼소송에서 분할할 재산(부부공동재산) 크기가 커졌고 노 관장은 그중 35%의 기여분이 인정돼 위자료 20억 원과 함께 1조3808억 원의 재산 분할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다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 최종현 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태원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 부부의 공동 재산은 1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고 분할 재산도 그만큼 적어진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 때문에 이 같은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심각한 오류와 더불어 '6공 유무형 기여' 논란 등 여러 이슈에 대한 법리적인 판단을 다시 받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번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며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