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과 CJ(001040)그룹이 전방위 협력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내 택배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신세계 계열 G마켓의 택배를 CJ대한통운이 담당하게 돼 그동안 해당 물량을 맡았던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한진(002320)이 국내 택배업계 2위로 올라서고 롯데글로벌로지스 는 3위로 떨어지게 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향후 반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만년 3등으로 전락할 경우 내년 준비 중인 기업공개(IPO)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CJ가 이달 초 체결한 협업 양해각서(MOU)의 핵심은 국내 택배 사업 등 물류 분야다. 대표적인 것이 G마켓의 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을 CJ대한통운이 단독으로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물량은 월 200만~250만 건으로 알려졌다. 국내 택배 시장에서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액 9370억 원으로 압도적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이 이번 물량 확보로 선두 지위를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주목할 점은 신세계-CJ 동맹이 다른 택배 사업자들에 불러올 파급 효과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G마켓 스마일배송을 담당했던 택배사는 롯데글로벌로지스였는데 CJ대한통운으로 해당 물량이 넘어가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G마켓이라는 큰 손을 놓치게 됐다. 이에 따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분기 기준 600만~750만건의 G마켓 물량을 잃게 돼 택배 한 건당 평균 단가를 2000원으로 계산할 경우 분기 매출액이 120억~150억 원 가량 감소하게 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택배 매출액은 3482억 원으로 CJ대한통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 한진의 1분기 매출은 3413억 원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격차는 69억 원에 불과하다. G마켓 물량이 7월부터 CJ대한통운으로 넘어가면 하반기 국내 택배 시장 순위는 한진이 2위로 올라서는 반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위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관련해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이 치열하게 2위를 다투는 상황에서 이번 G마켓 물량 상실은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악재”라며 “향후 다른 사업 입찰에서 반전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국내 택배시장 3위로 추락할 경우 상장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5년 상반기 IPO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CJ대한통운에서 강병구 대표이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일부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은 만큼 롯데그룹 차원에서 자금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그룹 내 미운오리 새끼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반전을 모색하기 위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향후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물량을 추가로 따내려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롯데는 경쟁 입찰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물량 일부를 확보하면서 처음으로 중국 e커머스 택배 사업을 하게 됐다. 하반기에는 또 다른 중국 e커머스 업체 테무가 국내 택배 경쟁 입찰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테무의 주 택배 사업자는 한진으로 새로 경쟁 입찰을 하더라도 대다수 물량을 한진이 계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에도 지난 경쟁 입찰에서 기존 주사업자인 CJ대한통운이 대다수 물량을 유지했다.
경쟁 입찰 끝에 중국 물량을 따온다 하더라도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 상승세가 정체되면서 시장에서의 기대감이 줄어든 탓이다. 데이터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MAU는 지난 3월 887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4월에 859만명, 5월 830만명으로 연속 감속했다. 진출 초기 초저가를 앞세워 이용자를 끌어 모았지만 낮은 품질과 유해성 논란에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또한 치열한 경쟁 입찰 끝에 택배사가 물량을 확보하면 배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수익에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