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What] 빚내서 배당만 퍼주다…'똥물'로 전락한 런던의 상징 템스강

템스워터 디폴트…31조원 부채 손실 위험
민영화 후 설비투자 등한시…배당에 집중
업계선 "상하수도 요금 억제가 원인" 주장
야권, 총선 앞두고 "수낵 정부 책임" 공세

케임브리지대 조정 선수들이 지난달 30일 런던의 오염된 템스강에서 열린 ‘옥스브리지(옥스퍼드 대 케임브리지)’ 조정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런던의 젖줄’로 불리던 템스강이 온갖 오물로 뒤덮인 ‘똥물’로 전락하자 영국 수도 업체들의 방만 경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주요 상하수도를 담당하는 업체들이 민영화 후 설비 투자보다 주주 배당과 부채 늘리기에 집중하면서 수질이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템스강 이슈가 7월 조기 총선에서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 시간) 조정 선수들마저 기피하는 템스강의 오염이 “과거 단행된 상하수도 민영화의 실패에 기인하고 있다”며 “영국 최대 수도 업체인 템스워터는 재앙적인 재정 위기에 처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런던 상하수도를 관리하는 템스워터의 모회사 켐블워터는 4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템스워터의 180억 파운드(약 31조 5047억 원) 부채의 대부분은 손실 위험에 처한 것으로 추정된다.






1989년 당시 마거릿 대처 정부는 템스워터를 비롯한 9개 지방 국유기업들을 민영화했다. 민영화 이후 10년간 수도 업체들의 설비투자 금액은 연간 63억 파운드로 2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 업체들은 부채를 끌어다 무리한 배당을 실시해 주주들의 배를 불리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니치대 공공서비스국제연구소(RSIRU)에 따르면 영국 수도 업체들이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급한 배당 규모는 776억 파운드에 달하며 이 기간 순부채는 643억 파운드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주주 지분 투자는 34억 파운드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의 지출은 시민들의 사용료로 충당됐다.


한편 수도 업체들은 상하수도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한 정부의 규제가 재정 불안을 야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영화 이후 수도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국부펀드·연기금 등 주요 투자자들의 손바뀜이 빈번히 일어나면서 부채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실제 호주계 투자은행이 2017년 캐나다 연기금인 오머스 주도 컨소시엄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템스워터의 부채는 32억 파운드에서 110억 파운드로 크게 늘어났다.


다음 달 4일 영국 조기 총선을 앞두고 야권은 템스강 오염 사태의 책임이 리시 수낵 현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있다며 맹공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매니페스토에서 “수질 관리원들의 인센티브를 막고 규제 당국에 수질 오염자를 대상으로 벌금을 부과하고 형사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템스강 오염 문제가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각국이 수질 정화 사업에서 역할이 커진 사금융과 씨름하는 가운데 차기 영국 정부가 템스워터의 부채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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