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테르가제 이달 식약처 허가 예상…1조 세계시장 공략”

첫 자체 의약품…부작용 적고 생산성 높아
국내 시장규모 1000억…안정적 매출 기여
SC제형, 합성의약품·RNA 등 확장성 높아
ADC 개발 ‘게임체인저’ 될것…안전성 자신
ADC 포함 다수 글로벌 회사와 계약 진행 중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가 17일 알테오젠헬스케어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달 중 ‘테르가제(Tergase)’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알테오젠(196170)의 첫 자체 품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바이오텍이 자체 개발 의약품으로 품목 허가를 받는 건 드문 사례” 라며 “테르가제의 국내 시장 규모가 800~1000억 원 사이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테르가제는 알테오젠 고유 단백질 재조합 기술로 만든 히알루로니다제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피부 속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단백질로 필러 부작용 치료나 안과 수술 보조제 등에 사용된다. 현재 판매되는 히알루로니다제는 소나 양의 장기에서 추출해 순도가 낮다. 단백질 내 불순물 때문에 알레르기 등 부작용도 발생한다. 반면 알테오젠의 테르가제는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로 순도가 높고 면역원성 등 부작용이 적다. 동물에서 소량 추출하는 방식과 달리 배양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생산성도 높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2월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올해 상반기 알테오젠에는 호재가 잇따랐다. 지난 2월 미국 머크(MSD)와의 독점계약 이후 4조 원 수준이었던 시가총액은 현재 15조 원에 육박하며 코스닥 2위에 올랐다. 이번 달부터 MSCI 지수에도 편입됐다. 식약처의 테르가제 승인은 이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테르가제는 알테오젠의 안정적 매출 기반이 될 전망이다. 기술 수출의 경우 조 단위 ‘빅 딜’을 체결해도 단계별로 마일스톤이 입금되기 때문에 유동적이다. 박 대표는 “국내 제약사들이 자사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 경험이 많지 않다”며 “테르가제 마케팅을 성공시켜 1조 규모의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피하주사(SC) 기술의 선두주자로서 향후 전망도 밝혔다. SC제형은 정맥주사(IV) 방식에 비해 환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투약의 편의성과 신약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박 대표는 “정맥주사(IV) 제품을 가진 회사가 SC로 전환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며 “합성의약품이나 DNA, RNA 약으로도 확장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서도 “SC제형은 (미국 당국의) 약가 인하 압박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 이득”이라고 말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가 17일 알테오젠헬스케어에서 SC제형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알테오젠은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를 SC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아직 전 세계에서 성공한 회사는 없다. 박 대표는 ADC SC제형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ADC를 개발하는 회사가 300개라면 ADC 타깃은 10개 뿐”이라며 “하나의 타깃에 10개 이상의 회사가 달려드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ADC SC 제형은 레드오션 시장에서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나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가 되기 위해 박 대표가 던진 승부수다. 박 대표는 ADC SC 제형의 핵심인 안전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IV는 혈중 약물 상승 속도가 빨라 최고 약물 농도가 높아지지만 SC로 전환하면 최고 약물 농도가 서서히 떨어진다”며 독성 이슈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머크와 독점 계약 체결 이후 알테오젠에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진전된 계약 사항에 대해 박 대표는 “ADC 회사를 포함해 다수의 글로벌 회사들과 논의 중”이라며 “MTA(물질 이전 계약서) 기간이 최소 3~6개월 걸리는데 이런 관계에 있는 회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MTA는 계약 전 물질을 테스트해보는 기간이다.


박 대표가 생각하는 알테오젠의 당면 과제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는 “하이브로자임 기술을 바탕으로 앞으로 2~3년 내 가능한 한 많은 파트너와 계약을 맺고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경쟁사 할로자임의 전략과 비슷하다. 할로자임은 매년 파트너를 추가로 확보해 분기별 로열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알테오젠은 머크와 계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레퍼런스가 돼 지속적으로 라이센싱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향후 파이프라인 인수나 인수합병(M&A) 계획도 밝혔다. 박 대표는 “아일리아 글로벌 임상 3상 등 축적된 임상 경험으로 글로벌 임상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며 “향후 키트루다 등 로열티나 마일스톤이 들어와 자금의 여유가 생기면 임상 1~2상 단계에 있는 제품을 라이선스 인 해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2021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은 앞으로 10년간 알테오젠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린 해”라고 밝혔다. 알테오젠의 2024년은 어떤 해일까. 그는 올해를 “밑그림에 덧칠하고 마지막 점을 찍는 화룡점정의 해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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