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는 두 가지 화두가 거론되고 있다. 하나는 반도체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금리인하 시점 논란이다. AI 기대는 꾸준하다. 반면 금리인하 기대와 시점 논란은 상반기 내 지속되고 있다. 얼마 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결국 올해 미국 금리인하가 1회로 축소됐다. 그런데도 미국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데도 증시가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미국 경제와 기업이 금리에 덜 민감한 구조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 자동차 대출금리가 8~9%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신규 자동차 판매는 급감하지는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금리도 7~8%에 달한다. 그럼에도 미국 신규 주택판매는 큰 폭으로 줄지 않고 있다. 예전에 비해 미국 경제가 금리에 내성을 갖추었다.
다음으로는 미국 기업 이익 기대가 유지되고 있다. 2024~2025년 미국 기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추세다. 의미가 있다. 고금리 국면이 이어지는데도 올해 미국 기업 이익 증가율은 두 자릿수 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이익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테크 산업이나 커뮤니케이션 산업 이익은 AI 산업 성장 기대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기업이익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2024~2025년 KOSPI 이익 추정치는 연초에 하향됐다. 하지만 4월 말 이후 개선되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코스피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50% 수준에서 유지 중이다. 국내 기업이익이 상향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에서 기인한다.
문제는 금리인하 없이 현재 경기 성장 추세 또는 기업이익 개선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 지 여부다. 미국 서비스업에 비해 제조업 경기 회복은 미미하다. 과거 미국과 국내 기업이익의 경우 미국 제조업 경기가 부진할 때 국내 기업이익률이 악화되거나 적어도 개선 추세가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를 해치지 않고 물가가 계속 둔화되기는 어렵다. 물가 둔화는 결국 수요 감소를 의미한다. 즉 금리인하 기대가 주식시장 상승에 필수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주식시장 내 차별화 흐름은 좀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매우 더디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금리 방향성이 하향되거나 정체 상황에서는 소형주보다 대형주가 우세했다. 퀄리티 스타일과 저변동성 관련 종목 군의 흐름이 우위를 보였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국내에서는 필수소비와 같은 변동성이 낮지만 수출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는 업종이 그러한 사례다.
금리인하가 없어도 주식시장의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 그러나 경기나 물가 둔화가 이어진다면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한 산업들에 대한 관심을 두는 편이 안전할 것이다. 일부 경기에 덜 민감한 쪽으로 상승 범위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