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진표 전 의장이 회고록을 내며 “국민연금 개혁 실패와 진영 정치의 비극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통탄할 상황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지난달 퇴임한 김 의장은 26일 50여 년간 정치인과 공무원으로 생활하며 겪은 일을 정리한 회고록 ‘대한민국, 50년의 축적’ 출판기념회를 연다.
김 의장은 17일 ‘초대의 글’에서 “윤석열 정권은 큰 위기를 맞았으며 의회정치는 내일을 향해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며 연금개혁 실패·진영 정치 심화 등은 “모두 우리가 걸어온 길을 성찰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령 군인들이 다스린 정부였거나, 자신이 지지하지 않았던 정권의 정부였을지라도 우리 사회는 그 시간 분명 무언가를 축적해 왔다”며 “잘했던 점은 배우고, 못했던 점은 되풀이하지 않도록 반성해야 한다”고 적었다.
김 의장은 국회를 떠나기 직전까지 진영 정치를 경계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의장으로서 참석한 마지막 행사인 제76주년 국회개원기념식에서 “국회가 탄압과 대결, 갈등으로 꽉 막혀 있을 때 민주주의는 후퇴했다”며 “22대 국회에서는 대화와 타협으로 진영정치와 팬덤정치 폐해를 피하고 살아 숨 쉬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21일 초선 당선인이 모인 의정연찬회에서는 “지금은 개별 정치인이 당의 명령에 절대복종하지 않으면 큰 패륜아가 된 것처럼 취급받는다”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전 의장은 26일 국가적 과제를 연구하기 위한 기관인 ‘글로벌혁신연구원’ 개원식도 진행한다. 그는 “후배들이 국가 미래를 위한 정책을 더욱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저출산 대책이나 사교육비 해결을 위한 AI 공교육 혁신, 국방과학기술 인재 양성 등 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로 도움을 주고 싶다”며 “지식전략 사랑방이 되도록 연구원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뒤 내리 5선에 성공하며 21대 후반기 국회의장까지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