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정부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의사단체가 지난달 득남한 배우 황보라를 공개 저격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8일 "배우 황보라 씨가 모 유튜브 제왕절개 후기 게시를 통해 '의료파업 때문에 무통주사를 못맞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해당 유튜브의 내용을 인용 보도한 언론사들을 향해서도 유감스럽다며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이번 논란은 이틀 전 유튜브 채널 '웤톡'을 통해 배우 황보라가 아들의 이름을 최초 공개하며 제왕절개 수술 후기를 전하던 중 '의료파업'을 언급한 게 발단이다. 지난해 11월 소속사 워크하우스컴퍼니의 김영훈 대표와 결혼한 황씨는 난임으로 시험관 시술을 4차까지 시도한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고 밝혀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덕이(태명) 엄마로서 네티즌들과 활발하게 소통을 이어왔다. 김영훈은 배우 김용건의 아들이자 영화배우 하정우의 동생이다.
그런데 황씨가 제왕절개 수술 경험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의료파업 때문에 '페인버스터' 없이 수술 후 통증을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고 언급한 게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페인버스터는 분만 시 진통 조절을 위해 무통주사와 함께 수술 부위 근막에 투여되는 국소마취제다. 별도 기구를 통해 마취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해 신경을 차단하고 통증을 조절하는 원리로 일부 환자에게만 적용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 병용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예고안을 발표했다가 산모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일자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던 그 약이다.
황보라는 해당 영상에서 "페인버스터라는 게 있는데 아플 때마다 누르는 거라고 하더라. 근데 나에게는 페인버스터라는 걸 안 줬다"며 "알아보니 의료파업 때문에 담당 의사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특히 분만 시 통증과 관련 "생각보다 (제왕절개가) 너무 아팠다"며 "무통주사를 맞으면 안 아프다던데 다음날 미친 듯이 아팠다. 누가 칼로 배를 찢어서 쑤시는 느낌이 들었다"며 페인버스터를 맞지 못해 분만 시 통증이 더 심했다는 뉘앙스를 남겼다.
의협은 의사파업 때문에 무통주사를 맞지 못했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보도라는 입장이다. 황 씨가 제왕절개로 분만한 5월에는 의사 파업이 없었으며,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는 수술 도중 시행하는 시술이기 때문에 '수술 후에 의사가 없어서 무통주사를 맞지 못했다'는 주장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협은 잘못된 사실을 게시한 황 씨 측에 해당 게시물을 정정 또는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며 해당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들에게도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만일 정정보도 요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후속조치에 나서겠다고도 경고장을 날렸다.
의협은 "분만으로 경황이 없는 환자는 상황을 잘 몰랐거나 혼란스러워 사실과 다른 말을 할 수 있다"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보도하지 않은 언론이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료농단 사태에 맞서 의료 정상화를 위해 의사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엄중한 시국에 다수 언론이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을 보도해 의사를 악마화하고 잘못된 여론을 선동한 것에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고 질타했다.
의협은 오늘 의료 총파업(전면 휴진)을 주도하는 한편 오후 2시 전국 의사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에서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 대회’를 개최한다. 보건복지부가 개원가의 휴진 신고를 집계한 결과 이날 진료를 쉬겠다고 한 곳은 총 3만6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에 그쳤다. 다만 의협이 진행한 휴진 투표에서 '역대급 지지율'이 나온 데다 지방자치단체의 조사에 불응한 채 파업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병원이 진료를 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