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임시주총 후 이사회는 왜 열리지 않았을까 [황정원의 Why Signal]

임종윤·임종훈·신동국 등 사내이사 입성에도
예정했다 돌연 취소해 임종윤 대표 선임 미뤄
업계 "이사진 우려와 반발로 부결 가능성"
CDMO 사업 비전 불분명, 투자손실 우려
취임 전 조직개편 안으로 내부 불협화음
실질 지배하는 DXVX와 코리 각종 논란도

한미약품 본사. 사진제공=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008930) 사내이사의 한미약품 대표 선임은 미뤄지게 됐다.


18일 제약·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임종윤·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이사를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또 형제의 경영 복귀에 결정적 역할을 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남병호 헤링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상정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임종윤 이사의 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고, 임 이사는 국민연금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건 통상 주총 종료 후 이사회를 개최하는 데 이날은 별도 이사회를 열지 않은 점이다. 당초 계획했다가 전날 갑작스레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날 주총장에서 오너 일가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이사회가 열리면 임종윤 이사를 한미약품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하려고 했다. 이는 곧 지난 4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복귀한 동생 임종훈 대표와 함께 형제 경영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사진의 우려와 반발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앞서 임 이사는 한미약품의 사업 전략과 방향에 대해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개발(CDMO) 전문회사로 만들어 한국형 '론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사업 비전이 불분명해 자칫 투자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그간 강점을 보여왔던 비만치료제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내부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이달 중 미국에서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에서 우수한 체중감량 효능을 보이는 비만치료제(개발명 HM15275)의 비임상 연구 결과 4건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 임 이사는 취임 전부터 한미약품을 5개의 주요 사업 부문과 연구 부문으로 운영하는 일명 '5+1' 체제의 조직개편 안을 제안해 조직 내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특히 본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디엑스앤브이엑스(DXVX(180400))와 코리그룹이 유상증자 등 각종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DXVX의 경우 올해 초 임 사내이사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담보와 지급보증을 걸고도 250억 원의 전환사채(CB) 발행이 무산됐는데 코리 계열사인 오브맘홍콩은 무담보로 254억 원을 빌려줬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사회 날짜를 사전에 공지한 바 없으며, 새로 진입하는 이사진과 일정을 조율해 이른 시일 내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약 2600억 원이 남아있는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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