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민과 결혼한 불법 이민자 구제…바이든, 라틴계 표심 잡기 나섰다

오바마 ‘다카’ 12주년 맞춰 발표
“美 역대 최대 이민정책” 평가
공화당 “대규모 사면” 맹비난

조 바이든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에게 미국 시민과 결혼했다면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국경 폐쇄 등 잇단 강경 이민정책을 발표해 라틴계 유권자들의 반발을 산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민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미국 시민과 결혼한 수십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새 이민정책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의회 의원들, 이민 활동가들, 난해한 이민 규정으로 배우자의 영주권을 취득할 수 없었던 미국 시민들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새 이민정책은 최소 10년 이상 미국에 거주한 이민자들에게 취업 허가, 추방 보호 및 영주권 신청 경로를 제공한다. 최근 수십 년간 발표된 정책 중 가장 큰 규모로,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도입한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정책 ‘다카(DACA)’에 필적할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이민정책 발표 역시 다카 12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이뤄졌다.


지금까지 불법 이민자는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을 하더라도 영주권을 받기 위해 10년 동안 미국을 떠나 있어야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이민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이들의 망명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경 정책을 내놓으면서 라틴계 유권자들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새 이민정책은 이민자들이 영주권 신청 중인 기간에도 추방 구제와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주권 신청이 지금보다 쉬워지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쉽게 취소할 수 없게 된다. 한편 공화당은 바이든의 새 이민정책에 대해 ‘대규모 사면’의 한 형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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