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메모리반도체 수장이 하반기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전영현 부회장이 신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으로 취임한 뒤 새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회사가 이번 조직 수술을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사업에서 다시 선두를 탈환할지 관심이 모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전날 타운홀미팅을 진행했다. 메모리사업부 수장인 이정배 사업부장(사장)이 주재했으며 사업부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미팅은 이 사장이 사업 현황과 향후 방향을 설명하고, 직원들에게 요구 사항을 전한 뒤 질의에 답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하반기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회사 일각에서는 일부 조직이 방만하게 운영되는 데다 핵심 조직 간 시너지가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이번 변화는 협업 강화와 일부 조직을 대상으로 한 슬림화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전 부회장도 지난달 취임 일성을 통해 “최근의 어려움은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저력과 함께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의 문화를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빠른 시간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며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임직원들의 고통 분담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이날 나왔다. 이 사장은 특히 경쟁사나 예년 대비 보상 규모가 적은 것을 인정하며 회사가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노사가 입금 협상에 실패해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파업을 겪고 있는 상황을 의식해 임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노사간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약 15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0%로 책정된 DS부문의 올해 초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은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됐다.
이번 미팅은 메모리 사업부 차원에서 진행됐지만 전 부회장 취임 후 첫 미팅인 만큼 메모리 사업에 대한 그의 문제 의식과 방향성도 반영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 부회장은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 플래시메모리 개발로 업무를 시작했고 2014년부터는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한 만큼 관련 사업과 기술에 대한 잔뼈가 굵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전 조직을 돌며 사업을 점검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기술력, 조직문화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선 사항을 발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아니면 상황 타개가 어려울 만큼 여느 때보다 삼성전자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전 부회장이 핵심 사업인 메모리에서 기술 이해도가 높은 만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디테일한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