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대한의사협회의 대정부 요구사항이 “명백히 후퇴”했다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협이 발족을 추진 중인 범의료계 대책위원회에 대해서도 “공동 위원장 자리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며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정부와 의료계 사이 의대정원 증원에서 시작한 갈등이 의협은 무기한 휴진을 선언하고 정부는 법인 해산도 가능하다고 압박하며 악화일로인 가운데 의료계 내부도 자중지란이 계속된다. 임현택 의협 회장의 거친 언행과 더불어 박 비대위원장이 중요한 지점마다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점이 대화 시도에 번번이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본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글을 올려 “의협이 발표한 세 가지 요구안은 대전협 7대 요구에서 명백히 후퇴한 안이며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전날 집단휴진에 들어가기 앞서 정부에 의대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쟁점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 즉각 소급 취소를 요구했다. 대전협이 2월 제시했던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및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의 전면 백지화 요구보다 다소 낮은 수위라 일각에서는 전공의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임현택 의협 회장을 향해서는 “여러모로 유감의 입장을 표한다”며 “최대집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공개 저격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임 회장이 최근 단체 채팅방에서 “손 뗄까”라고 언급한 데 대해 “‘전공의 문제’ ‘전면 불개입’ ‘그립’ 같은 단어 선택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의협이 27일부터 단행하는 무기한 집단휴진에 대해서도 “대의원회, 시도의사회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알고 있다”며 “임 회장은 대외적 입장 표명을 좀더 신중하게 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협이 20일 발족하기로 한 범의료계 대책위에 대해서도 자신을 공동위원장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계획을 “들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전날 총궐기대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동위원장 자리에 전공의 대표 자리가 아직 비어 있다”며 “위원 중에 한 사람이 아니라 임 회장과 공동위원장을 맡게 해 같이 논의하자는 의견을 계속 냈고, 현재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현 상황에서 범의료계 협의체를 꾸린다 해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게 박 비대위원장과 대전협의 입장이다. 그는 “지난 4월 의협 집행부와 만났을 때도 협의체 참여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으며,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언론에 언급하면 선을 그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덧붙였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사직한 전공의 복귀를 원한다면 전공의와 이야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서 의료계 내 주도권은 전공의들에게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나선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다만 “이미 용산에 들어가 윤석열 대통령까지 만나고 왔고 대화는 할 만큼 했다”며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지금 추가적인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