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가피하게 통신비를 연체해 생활이 어려워진 취약계층의 재기 지원을 위해 최대 90%까지 통신채무 원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채무자가 별도로 통신사에 신청할 필요 없이 신용회복위원회의 직접 조정해 곧바로 연체 통신비 원금감면을 받고 10년 분할 상환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최대 37만명의 통신 채무자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복위, 통신업계와 이러한 내용의 ‘금융‧통신 취약계층 재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통신요금과 휴대폰결제대금 등 통신채무는 신복위 채무조정 대상이 아닌 탓에 연체자의 경제적 재기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련됐다. 이에 정부는 올 1월 열린 금융부문 민생토론회에서 금융·통신 통합 채무조정을 도입하기로 발표하고 과기부와 금융위 등 관계기관이 협업해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는 “고물가, 경제여건 악화 등에 따라 채무를 상환하기 어려운 채무자가 이용하는 신복위 채무조정과 법원 개인회생이 2022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생계비 지출 증가와 소득감소, 실직·폐업 등 외부적 요인이 84%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통신 통합 채무조정과 함께 종합적 재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금융채무와 함께 통신채무도 일괄해 조정하는 ‘통합채무조정'이 시행된다. 금융채무 조정대상자가 통신채무 조정을 신청할 경우 신청 다음날 추심이 즉시 중단된다. 또한 통신사에 별도로 신청할 필요없이 신복위에서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한 번에 조정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금융채무에 한해서만 채무조정이 가능했고, 통신채무의 경우 신복위에서 금융채무를 조정받은 경우에만 채무자가 통신사에 직접 별도로 신청해야 5개월 분납 지원이 됐다.
채무자에 대한 소득, 재산심사 등 상환능력을 감안해 원금의 최대 90%가 감면된다.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최대 90%, 그 외 일반 채무자의 경우 통신 3사(SKT·KT·LGU+)는 일괄 30% 감면, 알뜰폰 사업자·휴대폰결제사는 상환 여력에 따라 최대 70%까지 감면한다. 또한 10년간 장기분할상환 할 수 있도록 채무를 조정한다.
이번 채무조정 대상은 이동통신 3사, 알뜰폰 20개사, 휴대폰 결제사 6개사가 보유한 채무로 전체 통신업계 시장점유율의 98%를 차지한다. 정부는 최대 37만 명의 통신 채무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채무를 3개월 이상 성실하게 납부할 경우 완납하기 전이라도 통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진다. 현재는 통신채무가 미납된 경우 해당 금액을 모두 납부하기 전까지 통신 서비스 이용이 중지되는데, 이 때문에 금융거래와 구직활동 등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다만 채무조정을 지원받은 이후 3개월 이상 상환액을 납부하지 못하면 채무조정 효력이 취소돼 기존 상환의무가 다시 발생한다.
정부는 일회성 채무조정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재기를 위해 채무자에게 신용관리서비스, 고용⸱복지 연계 등 종합지원에도 나선다. 또한 신복위의 재산조사·심의·채권자 동의 3단계 심사를 통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디지털 심화 시대에 통신서비스가 일상생활의 필수재인 점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통신채무가 발생한 취약계층의 재기를 지원하고자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통신채무도 금융채무와 같이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발표한 이후 지난 5개월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자리”라며 “채무자가 스스로 일어나서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