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부채’ 쌓이는 SK… “합병? 차라리 SK온 매각이 정공법” [biz-focus]

■SK온發 그룹 재편 어떻게
E&S 3.1조는 부채 성격 RCPS
3년 전만 해도 재무구조 경고등
SK온에 자금투입 땐 악화 우려
사업재편 장기화에 직원들 동요
28~29일 경영전략회의에 촉각

SK온 조지아 1공장. 사진제공=SK온

SK하이닉스(000660)는 역대급 이익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여타 계열사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SK온으로 촉발된 재무 부담이 계열사로까지 전이되면서 10년에 한 번 꼴로 켜졌던 ‘경고등’이 깜빡거리고 있다. SK그룹이 계열사 간 합병, 매각, 사업 구조조정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그룹 전반의 사업 재편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관심은 일단 “검토했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한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자회사인 SK E&S의 합병이다. 올해만 7조 원 정도의 투자 자금이 필요한 SK온의 자금 사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SK E&S가 매년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알짜 사업자여서 합병이 실행된다면 당장은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한동안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만큼 합병 후에도 SK그룹의 ‘그림자 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록 SK E&S가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재무구조가 건전한 수준이지만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SK E&S는 2021년과 2022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상환전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3조 135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RCPS는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이다. 하지만 부채의 성격이 짙다. 더욱이 SK E&S는 2021년만 해도 무디스가 투자 적격 등급 마지막 단계까지 신용등급을 내릴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았지만 KKR로부터 자금 유치 후 일부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SK E&S의 유동성을 SK온에 투입하고 추가 외부 유치까지 나설 경우 SK온에 더해 SK E&S의 재무구조까지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SK㈜의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SK E&S는 SK㈜에 매년 수천억 원의 배당을 하는 그룹의 대표적인 현금 곳간이다.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하거나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경우 SK㈜의 지분이 희석돼 SK㈜로 가는 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SK온과 SK E&S의 합병이 지주회사인 SK㈜까지 흔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SK온의 빠른 정상화도 장담이 어렵다. SK온은 후발 주자로 이제 막 헝가리와 중국, 미국 등에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에 생산 능력 감축 및 비용 절감이 쉽지 않다. 지난 3년 간 이미 20조 원을 투자했고 올해만 해도 7조~8조 원 가량의 투자 비용이 추가로 든다. 수확보다는 투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IB 업계와 전문가들은 SK온 매각이 차선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터리 사업을 끌고 갈 오너가(家) 의지가 강해서 SK온 매각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반도체와 에너지 등 다른 사업에 방점을 둔다면 SK온의 매각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B 업계의 고위 관계자도 “배터리가 ‘미래의 황금알’이라지만 감당할 수 있을 때 얘기”라면서 “무리한 합병보다는 SK온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게 오히려 상황을 해결할 정공법”이라고 했다. 오너 일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매각 이외에 SK E&S와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등도 검토 대상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6개월 이상 소문만 무성한 사업 재편을 두고 직원들의 피로감이 높다. 인력의 이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적확한 결정을 해야 하겠지만 사업 재편을 두고 노이즈가 많고 질질 끌고 있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동요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소문이 많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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