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부동산 PF부실…'시행사 자기자본' 개선부터 해야

■KDI포커스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최근 3년 내 PF사업장…시행사 자본, 총사업비의 3% 불과
제3자 보증 제도 폐지 필요…대출시 자기자본비율 요구해야
단기적으로 세제 및 금산분리 제한적 완화 등 자본확충 장려
"종합 데이터데이스 구축 절실"… 문제 발견할 '눈' 없는 상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복되는 부동산 PF 부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사의 자기자본 확충 등 근본적인 구조개선 필요성을 제안했다. 사업주체가 극히 적은 자본을 투입하고 건설사 등 제3자의 보증에 의존해 부채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황순주 KDI연구위원은 20일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의 KDI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PF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업주체인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로 대표되는 ‘낙후된 재무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의 진단에 따르면 시행사는 일반적으로 총사업비의 3%에 불과한 극히 적은 자본을 투입하고 나머지 97%는 빚을 내서 PF사업을 추진하는 형편이다. 최근 3년 내(2021~2023년)추진된 총액 100조 원 규모의 PF사업장 300여 개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개별 사업장에 필요한 총 사업비는 평균 3749억 원이었지만 시행사는 자기자본을 118억 원(3.2%)만 투입하고 나머지 대부분인 3631억 원(96.8%)은 빌린 돈으로 충당했다.



우리나라 부동산PF 자본구조(2021~23년)

부동산PF부실이 결국 사회화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황 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건설사 등 제3자의 보증은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시행사가 PF대출을 받을 때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비율을 요구하는 직접규제와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금융사가 PF대출을 공급할 때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간접규제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예방책도 내놨다. 그는 “자본확충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세제혜택과 리츠활성화, 금산분리의 제한적 완화 등을 꼽았다.


황 위원은 저자본·고위험 구조가 고착된 된 원인을 공사계약을 수주한 건설사가 PF대출의 상환을 사실상 보증하면서 책임준공확약이라는 약정으로 어떤 경우에도 건물을 준공할 것까지 약속하고 있는 구조에서 찾았다. 심지어 책임준공확약에는 시행사가 PF대출을 미상환하면 건설사가 대신 상환한다는 조건이 부가된 경우가 있고 건설사 신용등급이 낮으면 부동산신탁사나 증권사까지 보증을 서는 구조다.


반면 주요 선진국 부동산PF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은 30~40%수준으로 높다. 한국에서 인허가 실패나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돼 본PF차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실이 발생하지만 주요국은 충분한 자기자본을 통해 토지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차환 리스크가 없다는 분석이다.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의 문제점

황 위원은 이같은 저자본·고위험 구조로 인해 시행 산업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되고, 개발사업의 사업성 평가 부실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연기금이 등의 지분투자가 없이 믿을 만한 대형 건설사와 부동산신탁 또는 증권사 등이 대출 보증을 제공하다보니 은행 역시 거액을 빌려주면서도 사업을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거시변동성이 확대되는 문제점도 발생한다는 게 황 연구원의 지적이다. 황 연구원은 “보증을 믿고 미시적 디테일은 대출에서 고려되지 않는 반면 금리, 부동산경기 등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거시변수가 주로 고려되면서 거시적 호경기에는 대출이 몰리고, 불경기에는 대출이 급락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황 위원은 “부동산PF 종합 데이터데이스 구축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현재 부동산PF는 사업장별 재무자료와 사업성에 관한 자료가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자기자본비율이 5%수준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선행연구와 언론, 업계를 통한 주류 의견으로 제시되지만 통계를 기반으로 한 관찰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좋은 정책을 마련하려면 문제를 발견하는 눈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모두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눈이 없어서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앞으로 모든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사업장별, 회사별 재무 및 사업정보를 비롯해 성공 여부와 수익성에 대한 정보를 상시적으로 수집해 정기적으로 공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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