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20일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중의원(하원)에 단독으로 제출했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다. 하지만 내각 불신임 결의안까지 나온 만큼 기시다 내각의 정책 추진력이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유신회와 공산당·국민민주당 등 주요 야당들이 가세해 불신임안에 찬성했지만 자민당과 공명당의 반대표에 밀려 부결됐다. 바바 노부유키 유신회 대표는 “기시다 내각은 정치 개혁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으며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도 “신임할 만한 내각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자민당 의원은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은 정치 활동의 자유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양립시킨 법안”이라며 “기시다 내각은 임금 인상과 저출산 대책 정책에 힘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전 아즈미 준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중의원에 전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내각에 국정을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며 “내각은 즉시 총사퇴하거나 중의원을 해산해 국민에게 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전날 자민당이 참의원(상원)에서 통과시킨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치와 돈이 얽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고 (여당이)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며 “개혁이라 주장했지만 개혁이라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자민당은 당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파티’를 통해 조성한 자금 일부를 비자금 형태로 의원에게 뿌린 ‘비자금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면서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자금을 수수한 의원의 공개 기준을 ‘20만 엔 초과’에서 ‘5만 엔 초과’로 낮추고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정책활동비 내역을 일정 기간 뒤 알리도록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야당이 주장했던 정책활동비 폐지와 기업·단체 헌금 금지 등의 핵심 내용이 모두 빠져서다.
한편 전날 당수 토론에서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가 중의원 해산을 요구하자 기시다 총리는 “경제를 비롯해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나가고 성과를 내야 한다. 여기에 전념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23일까지 회기를 연장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져 이번 국회는 사실상 21일에 폐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