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가혹 행위가 3년 내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인제 소재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이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지는 등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 가혹 행위 예방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가혹 행위 현황(위력행사·직권남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7명이던 가혹 행위 가해 인원은 2023년 123명으로 늘어났다. 3년 만에 83.5%가량 증가한 것이다. 가혹 행위 가해 인원은 2020년 67명에서 2021년 92명으로 느는 등 꾸준히 증가해왔다.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렸던 2022년 86명으로 소폭 감소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123명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서 5월까지 집계된 인원만도 61명에 달한다.
지난 5년 동안 적발된 인원은 총 429명으로 해군이 214명을 기록해 1위를 나타냈다. 이어 육군(146명)·공군(63명)·국방부(6명) 순이었다. 계급별로는 병사가 3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준·부사관은 71명, 장교는 21명, 군무원은 6명이었다.
가혹 행위 가해자 적발 인원이 늘면서 이들을 재판에 넘기는 기소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기소 인원은 67명 중 22.3%에 해당하는 15명이었지만 2021년 92명 중 35명(38%)이, 2022년 86명 중 33명(38.3%)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23명 중 42명이 기소돼 기소율이 34.1%로 줄어들었지만 현재 수사 중인 인원을 감안한다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구타 등 가혹 행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5년 동안 단 2명에 그쳤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인원도 6명으로 대부분이 벌금형이나 선고유예를 선고받았다. 게다가 가혹 행위 가해자에 대한 구속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4년간 ‘부대관리훈령’에 따라 사법 처리 대상 사건으로 분류된 구타 및 가혹 행위자 중 구속 수사가 이뤄진 것은 14명(공군 제외)에 불과하다. 구타 및 가혹 행위 처리 기준에 따르면 행위자는 조사 후 사법 처리 또는 징계 처리 대상이다. 또 사법 처리 대상 사건의 경우 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최근 인제 육군 12사단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사망하는 등 늘고 있는 군 가혹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앞서 육군은 중대장(대위)·부중대장(중위)이 완전군장 상태에서 달리기나 팔굽혀펴기를 지시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긴 정황을 포착해 강원경찰청에 사건을 넘겼다. 강원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지난달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에게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대위)·부중대장(중위)을 입건했다. 이들은 군기훈련을 받던 박 모 훈련병이 실신했음에도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아 이틀 뒤인 25일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달 13일 첫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 뒤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춘천지검은 하루 뒤인 19일 영장을 청구했다. 춘천지법은 21일 오전 11시께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대와 같이 통제된 규범 속에서 전체 가혹 행위 숫자가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은 병영 내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지휘관들이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신병교육대 훈련병 사망 사건은 단결력을 강조하며 전투력 약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아군에 의해 망가뜨려진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단순히 ‘운이 없어서’ 터진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반에 걸친 산적된 문제 중 하나가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라며 “권위주의적 지휘권을 옹호하려는 군 수뇌부 또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며, 전반적인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는 앞서 박 씨의 사망 당시 병원 기록을 공개하며 박 씨의 사인이 패혈성쇼크에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