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도 물을 만들어내는 항아리

/이하 사진=서울디자인재단

#. 공기 중의 습기와 햇빛만으로 식수를 만든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튀지니와 프랑스의 기술 스타트업 ‘쿠물러스’가 개발한 ‘암포라(사진)’는 식수를 만드는 항아리입니다. 아침에 이슬이 맺히듯, 필터를 통과한 공기에서 수분을 빼낸 후 물탱크에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하루 평균 30리터의 물, 그러니까 매일 15~20명이 마실 수 있는 분량을 생산합니다.


게다가 암포라에는 태양광 패널이 장착돼서 전기도 필요 없습니다. 앱과 연결해서 조작할 수도 있고, 필터 교체 시기라든가 습도라든가 생산량 등도 알려준다고 합니다. 매년 5세 미만의 어린이 50만 명이 오염된 물로 사망하고 전 세계 약 3분의 1의 학교에 깨끗한 물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말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참고로 ‘암포라’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이 와인과 올리브오일 같은 액체류를 담았던 항아리입니다. 제품 외장은 튀니지 해안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어망을 재활용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생수 대신 암포라를 쓰면 연간 최대 250kg의 플라스틱 폐기물과 2톤 이상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 터키 남서부의 '물라'는 에게해와 지중해가 만나는 해안의 관광 도시입니다. 이 도시에는 '다트카 장애인 협회'라는 장애인 단체가 있는데, 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해변에 가고 싶다는 작고도 큰 꿈을 이뤘습니다. 물라시 사회복지부가 팔걷고 나서 비정부 단체, 장애인, 건축가, 디자인 회사 등의 도움을 받아 2016년부터 7개 구의 19개 해변 모래사장과 바다에 '물에 뜨는 데크(사진)'를 설치했거든요. 해변뿐 아니라 주변 도로, 화장실, 샤워실, 탈의실 등 모든 시설을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있는 배리어 프리로 바꿨습니다.


휠체어에 탄 채 수영하고 싶지 않다거나, 물이 닿으면 안 되는 전동 휠체어를 쓰는 장애인들이 휠체어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소재의 물에 뜨는 일광욕 의자를 대신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수천명의 장애인들이 난생 처음 바닷물 수영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노인들도 ‘물에 뜨는 데크’를 같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라 시는 장애인들이 차로 해변까지 이동할 수 있는 이동지원 서비스도 제공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물에 뜨는 데크’는 설치, 철거가 쉬운 구조입니다. 2명이 작업했을 때 설치는 5시간, 해체는 3시간 정도 걸립니다. 세척만 하면 재사용할 수 있어서 지구에도 편한 구조물입니다.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운 디자인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훈훈합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태국의 수상 생태 관광 프로젝트인 '앙실라 굴 양식 파빌리온', 해초를 활용한 크로아티아의 소품 디자인 프로젝트 '보가', 빗물이 흘러가는 물길을 버려지는 물건들로 조성한 멕시코의 시코텐카틀 공원, 짚으로 만든 가구 프로젝트인 폴란드의 '헴프램버'.

물라의 물에 뜨는 데크는 ‘접근 가능한 해변’이란 프로젝트명으로 2021년, ‘암포라 : 공기가 물이 되는 항아리’는 2023년에 각각 서울디자인어워드에서 수상한 디자인 프로젝트입니다.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서울디자인어워드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디자인의 영향력을 좀더 알리고, 그런 디자이너들을 격려하는 취지에서 2019년부터 열리고 있습니다. 각종 축제나 기업 카페테리아, 탕비실에 다회용기를 제공하는 트래쉬버스터즈와 천연 꽃가루 캡슐과 바이오 꽃으로 꿀벌 생태계를 지킨다는 ‘렛잇비 프로젝트’처럼 한국을 본거지로 하는 수상작들도 반갑습니다.


뜬금없이 디자인 어워드를 소개하는 이유는, 재미있고 의미 있고 실현 가능성이 충분한(혹은 이미 증명된)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지구용사님들께도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상상력과 추진력이 더 널리 퍼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올해 서울디자인어워드의 시상과 전시는 10월로 예정돼 있어요.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과거 수상작들과 각각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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