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방길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에 이어 20일(현지 시간)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며 푸틴 집권기 중 다섯 번째다. 미국과 유럽의 대(對)러 제재에도 양국은 경제·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10시께 평양을 출발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 45분께 하노이에 도착해 당일치기로 일정을 소화했다. 베트남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하노이 주석궁에서 또럼 베트남 국가주석 환영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베트남 국가 서열 1위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 팜민찐 총리 등과도 회담을 진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후에 베트남의 국부인 호찌민 묘소를 찾아 헌화한 뒤 럼 주석 및 쩐타인먼 국회의장과 회담에 이어 국빈만찬으로 이번 방문을 마무리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초 19~20일 1박 2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첫 방문국인 북한 방문이 늦어지면서 전체 일정이 당일치기로 단축됐다.
푸틴과 베트남 지도자들은 무역·경제·과학·기술·인도주의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하고 국제적·지역적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베트남은 2012년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긴밀한 협력을 이어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등 서방국들의 제재를 받아온 러시아는 베트남과의 무역을 대폭 확대해왔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두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 고립 상태에 놓인 러시아가 동맹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은 주베트남 미 대사관 대변인 명의를 통해 “어떤 나라도 푸틴에게 침략 전쟁을 선전할 멍석을 깔아주면 안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가 잔학 행위를 정상화하는 것을 허용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면서도 석 달 만인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는 등 ‘대나무 외교’ 전략을 추구하고 했다. ‘대나무 외교’는 강대국 간의 분쟁에 끼지 않으면서 독자적 외교 노선을 취하는 베트남 특유의 외교 전략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