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고 있다. 올여름에는 역대급 폭염·폭우로 침수 등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유가 안정에 따른 차량 이용 증가, 수리비 상승세 등도 겹쳐 올 하반기 손해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이미 손익분기점에 다다른 상황인 만큼 일부 보험사는 올해 자동차보험 부문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001450)·DB손해보험(005830)·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 4사의 단순 평균 손해율은 79.6%로 지난해 5월(77.1%)보다 2.5%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누적 손해율도 79.6%로 지난해 같은 기간(76.9%)보다 2.7%포인트 올랐다.
범위를 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000400)·MG손해보험·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8개 손보사 전체로 넓히면 더 심각하다. 올 5월까지 8개 손보사의 누적 손해율은 83.9%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포인트 상승했다.
업계는 올 하반기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금 지급을 늘리는 요인들이 하반기에 대거 몰려 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 중 하나는 이상기후다. 기상청은 이미 올여름에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은 91~94%, 강수량이 많거나 비슷할 가능성을 80%로 내다봤다.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폭염 역시 자동차 기능을 저하시켜 긴급 출동 등의 서비스 수요를 늘어나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6년부터 2018년 6~8월 중 교통사고 건수와 기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온도가 1도 오르면 교통사고 접수 건수는 평균 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수리비 등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걱정스러운 요소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각종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보험료는 당장 인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제유가가 최근 안정세에 접어든 데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올해 8월 말까지 두 달 연장하면서 자동차 운행이 늘어나 손해율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현재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올해 말 국내 보험사들의 손해율은 손익분기점으로 여기는 80%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보험사 대부분이 1~5월 누적 기준 손해율이 80%를 넘었거나 근접한 상황이다. 지난해 4대 대형 손보사의 평균 손해율은 79.8%, 전체 손보사 손해율은 84.2%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매달 3%포인트 가까이 손해율이 더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다면 4대 손보사의 올해 말 손해율은 83%, 전체 손보사의 손해율은 87% 선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초 보험사마다 2~3%가량 보험료를 인하한 상황에서 공임비가 오르다 보니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악화돼왔다”며 “여름철 폭염·집중호우 등 기후 요인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손해율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