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만큼 무서운 단어가 있을까. 과거 여론조사에서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은 암이 아닌 치매였다. 2010년 장인어른께서 치매 진단을 받은 우리 집이나 최근 방송에서 어머니가 치매 초기 진단을 받았다고 밝힌 아이돌그룹 ‘신화’ 출신의 가수 이민우 씨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도 날로 늘고 있다. 지난해 치매 환자는 전체 노인의 10.4%인 98만 명이었다. 85세 이상 노인 기준으로는 치매 환자 비중이 39%로 더욱 커진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치매 환자는 2021년 기준 1000명당 15.7명에서 2050년 29.4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는 뇌혈관 및 뇌 손상으로 기억력·언어력·판단력 등의 인지 기능이 저하돼 일상에 지장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완치가 어렵고 장시간 돌봄이 필요하기에 가족에게도 큰 부담을 초래한다. 치매 환자에 대한 연간 관리 비용은 지난해 기준 22조 원으로 환자 1인당 약 2300만 원에 달한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치매는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발병 후에는 적절한 치료와 돌봄이 핵심이다. 실종 예방도 꼭 필요하다. 치매가 의심되는 노인이나 가족은 치매상담콜센터(1988-9988)로 전화하면 예방과 치료에 관한 전문 정보 안내는 물론 체계적인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18세부터 99세까지, 99세 기억을 88하게’라는 의미를 담은 이 번호를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전국 시·군·구 256곳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하면 누구나 치매인지선별검사(CIST)를 받아볼 수 있다. 결과가 정상이면 예방 교육과 2년 후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 치매 판정을 받으면 뇌 영상 촬영과 치매 지원 서비스를 받는다. 약물 및 비약물 치료를 빠르게 시작해야 중증화를 늦출 수 있다.
정부는 다음 달 치매 관리 주치의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체계적으로 치료 계획을 세우고 환자·보호자에 대한 심층 상담 및 교육을 제공하려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다. 22개 시군구에서 시범 실시한 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인식표를 보급하거나 스마트폰이나 GPS를 활용해 치매 환자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는 실종 예방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인식 개선을 위해 용어 개편도 추진한다. 한자 문화권에서 대체로 ‘치매’를 써왔지만 대만이 2001년 ‘실지증’으로 바꾼 데 이어 일본이 2004년 ‘인지증’, 중국도 2012년 ‘뇌퇴화증’으로 각각 개편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전문가와 국민이 제안한 인지저하증이나 인지증·인지병 등의 대안을 치매관리법 개정 과정에서 반영할 계획이다.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음주와 흡연·비만·당뇨 등이 대표적인 위험 인자이기 때문이다. 치매가 의심된다면 꼭 가까운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시기를 추천해 드린다. 정부는 항상 우리 어르신들을 잘 모시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