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기술 이전 가능성…정부 “러 243개 품목 추가 제재”

■NSC 열고 규탄 성명
북, 러시아와 맺은 조약 전문 공개
"전쟁 처하면 지체없이 군사 원조"
1961년 '자동개입' 조항과 동일
북러 36년만에 연합훈련 가능성
한미일 내달 '안보선언' 낼수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최고훈장인 ‘김일성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러가 정상회담을 통해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공식 조약문에 담았다. 1996년 폐기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의 ‘자동 군사 개입’을 사실상 부활시킨 것으로 28년 만에 군사동맹 관계가 복원된 셈이다.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물론 양측의 연합군사훈련까지 시사했다. 이는 한미일 안보 밀착에 북러가 군사동맹으로 맞서면서 한반도가 두 진영이 대결하는 신냉전의 최대 각축장이 되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총 23조로 이뤄진 북러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을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조에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유엔헌장 51조와 북러 법에 준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1961년 북한과 소련이 체결했다 1996년 폐기한 ‘조소 동맹조약’ 1조와 거의 동일하다. 1조에는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보유한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유엔헌장과 북러법이라는 조건이 추가됐다. 특히 조소 동맹조약은 기한을 명시한 반면에 이번에는 ‘무기한 효력을 갖는다’고 한 발 더 나아간 모습도 보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러는 냉전 시대의 군사동맹 관계를 완전히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동맹’이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언급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를 경청하며 묵인했다. 북러는 조약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준용한 듯한 표현도 넣어 한미방위조약에 대항하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북러 조약 3조에는 ‘위협이 조성되면 협상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시킨다’고 돼 있는데 한미방위조약 2조에도 ‘안전이 위협받을 때 언제든지 서로 협의한다’고 나와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핵·미사일 첨단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 진전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다면 러시아는 북한 핵무기에 들어가는 군사기술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협박성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다탄두 유도화 등 기술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분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위한 기술 및 검증 분야에서 러시아와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러시아제 최고급 리무진 ‘아우루스’에 태운 채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 구내를 달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올 2월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아우루스를 또 한 대 선물했다. 김 위원장은 성능을 높이 평가하며 사의를 전했다. 연합뉴스

당장 이달 말 한미일이 미 핵추진 항모가 참여한 가운데 첫 다영역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 실시가 예정돼 있는데 이에 맞춰 북러가 공군, 해군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가능성도 높다. 조약 2조에는 “쌍방은 전략안정을 지향하며 전략전술협동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연합훈련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중국·러시아의 도움을 받지 않는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북한은 중러와 합동훈련을 좀처럼 실시하지 않았으며 러시아와는 1988년 이후 합동훈련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독자 제재도 내렸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와 북한 간의 무기운송 등에 관여한 선박 4척, 기관 5개, 개인 8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행되고 있는 러시아 수출통제와 관련해 현재 1159개의 품목이 지정돼 있는데 243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해 총 1402개의 품목이 제재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성명을 통해 “일어나지도 않을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협력을 약속하는 것은 궤변이요, 어불성설”이라며 “한러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미 동맹 확장 억제와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를 더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다음 달 9~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3국 정상이 안보선언 등을 공동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가 신냉전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냉전 시대의 한미일 남방 3각, 북중러 북방 3각의 냉전 구도가 사실상 부활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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